[인터뷰] ‘베테랑’ 황정민 “천만배우라는 수식어, 그런 것에 연연하면 밉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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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2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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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테랑'에서 광역수사대 베테랑 형사 서도철 역을 열연한 배우 황정민이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지난해 개봉해 올해 천만관객을 돌파한 ‘국제시장’의 주역 황정민(44). 배우 황정민에게 있어 첫 천만관객 모집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하지만 정작 황정민은 그런 수식어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황정민을 만났다. 영화 ‘베테랑’(감독 류승완·제작 외유내강·공동제작 Film K)에서 서도철 형사를 맡아 열연을 펼친 황정민은 기분이 좋아보였다. 영화가 잘 나온 것도 있겠지만 촬영 현장이 정말 즐거웠고, 언론배급시사회 이후 호평이 쏟아졌기 때문이었다. 심심찮게 ‘대박’을 예상하는 시선도 있다.

‘국제시장’이 지난해 겨울을 겨냥한 CJ엔터테인먼트의 텐트폴 영화였다면 ‘베테랑’은 여름시장을 주목한 작품이다. 큰 차이점은 제작비에서 보인다. ‘국제시장’의 순제작비는 140만원, ‘베테랑’은 59억원이다. 텐트폴 영화 치고는 적은 비용을 들인 셈이다.

“여름 시장에 나와 영화가 커 보이는 느낌이 있는데, 사실 배우들은 언제 개봉할지 모르고 있었죠. 그건 우리가 정하는 게 아니니까요. 재미있게 찍자면서 시작된 영화인데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국제시장’ 쫑파티 때 ‘베테랑’에 대한 얘기가 나왔어요. 잘 나왔다고요. 여름 시장에 나온다고 하기에 박수를 쳤죠. 무엇보다 좋고 재미있다면 잘됐다 싶었죠.”

‘국제시장’에 이어 다시 한 번 ‘천만배우’에 등극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저는 그냥 배우일 뿐”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천만관객 동원이요? 진짜 그런 것에 아무 생각이 없어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죠. 관객이 많이 보신다면 감사할 뿐이죠. ‘국제시장’이란 그릇을 관객들이 좋아해줘서 그 그릇이 커진 것 뿐이라고 생각해요. ‘베테랑’도 마찬가지죠. 잘 되면 좋겠지만, 배우가 그런 수식어에 연연하면 밉상입니다(웃음).”

‘베테랑’은 한 번 꽂힌 것은 무조건 끝을 보는 행동파 ‘서도철’(황정민), 20년 경력의 승부사 ‘오팀장’(오달수), 위장 전문 홍일점 ‘미스봉’(장윤주), 육체파 ‘왕형사’(오대환), 막내 ‘윤형사’(김시후)까지 겁 없고, 못 잡는 것 없고, 봐주는 것 없는 특수 강력사건 담당 광역수사대에 대한 영화다.

오랫동안 쫓던 대형 범죄를 해결한 후 숨을 돌리려는 찰나, 서도철은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만나게 된다.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안하무인의 조태오와 언제나 그의 곁을 지키는 오른팔 ‘최상무’(유해진). 서도철은 의문의 사건을 쫓던 중 그들이 사건의 배후에 있음을 직감한다. 건들면 다친다는 충고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서도철의 집념에 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조태오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유유히 포위망을 빠져 나간다.
 

영화 '베테랑'에서 광역수사대 베테랑 형사 서도철 역을 열연한 배우 황정민이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사실 유아인이 맡은 조태오 역할은 캐스팅에 난항을 겪은 배역이다. 때려주고 싶을 만큼 악랄한 재벌 3세였기에 많은 젊은 배우들이 고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아인은 달랐다. 작품과 캐릭터만 봤다. 20대를 대표하는 배우에서 이제 딱 30대에 돌입한 유아인에 대해 황정민은 “계속 대표 배우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처음에는 유아인이 한다는 얘기를 듣고 귀를 의심했죠. 젊은 친구들이 CF 때문에 꺼려한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유)아인이는 다른 애들과 다른가보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악역을 잘 했을 때의 쾌감 같은 게 있거든요. 저도 ‘달콤한 인생’에 백사장으로 특별출연했는데 아직도 백사장이 생각난다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4신(scene) 뿐이지만 잘했을 때의 메리트라는 게 있다고 봅니다. ‘베테랑’의 신의 한 수는 유아인의 캐스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만큼 제일 중요한 역할이었으니까요. 조태오로서 미친놈 마냥 잘해주니 관객들도 보면 공감하실 겁니다.”

황정민은 작품 완성도의 공을 다른 배우들에게 돌렸다. “각자 자기 몫을 잘해줘서 정말 고맙다”면서 “제가 감독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예뻐보였다. 잠깐 출연한 마동석도 고맙더라. 즐기면서, 즐겁게, 재미있게 찍은 분위기가 영화에 고스란히 드러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황정민은 장윤주에 대해 “새로운 느낌의 배우가 탄생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기존 배우가 했다면 틀에 박힌 연기가 나왔을텐데 연기 경험이 없는 장윤주가 연기해 오히려 약이 된 것 같다. 오달수, 장윤주, 오대환, 김시후 등 팀이 항상 같이 다니고 밥 먹으며 술잔을 기울였다. 끈끈함이 더 했다”고 회상했다.
 

영화 '베테랑'에서 광역수사대 베테랑 형사 서도철 역을 열연한 배우 황정민이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액션 연기조차도 스턴트맨들에 대한 극찬으로 이어졌다.

“액션 배우들이 고생이 많았죠. 저희들이야 폼만 잡고 날로 먹은 셈이죠. ‘전설의 주먹’ 때 연습을 많이 해놔서 수월하긴 했습니다. 류승완 감독과 작업을 할 때 더 편한 것도 있는데 머릿속에 항상 액션 장면을 꿰고 있거든요. 더 할 필요도 없죠. 상대방이 다칠까봐 긴장하는 것 뿐, 별다른 게 없어요. 액션 배우들이 미리 액션을 연기하고 이를 비디오 캠으로 찍어 보여주기 때문에 훨씬 수월합니다.”

황정민은 역할 분석에 있어 베테랑이다. ‘국제시장’ 때는 탑골공원을 찾아가 노인 연기를 위해 인터뷰를 했다. ‘베테랑’을 위해서는 촬영 2개월 전부터 형사들을 만났다. ‘부당거래’ 때 알고 지내던 형사들과는 이미 막역한 사이다. 형사들과 술먹고 밥먹으면서 얘기를 했다. 재벌을 만났을 때는, 변호사를 만났을 때는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물어봤다. 감찰팀이 뜨면 어떻게 하는지도 궁금했다.

이번에 형사 역할을 했지만 황정민은 조직폭력배 연기도 일품이다. 황정민은 “건달과 경찰, 둘 다 쾌감이 있는 역할”이라며 캐릭터 구축의 비결을 공개했다.
 

영화 '베테랑'에서 광역수사대 베테랑 형사 서도철 역을 열연한 배우 황정민이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수갑찬 사람으로서 정의를 실현해야하는 직업이잖아요? 경찰로서 ‘가오’가 떨어지지 않는 행동은 무엇인지 생각했죠. 그건 제가 배우로서 생각하는 마음가짐과 같았어요. 관객들이 영화관을 나갈 때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꼼꼼해지는 것 같아요. 스태프들이 귀찮아하는 것도 있죠. 예컨대 제가 써야하는 소품은 저랑 상의를 해야죠. 볼펜 하나라도 제가 고르는 편입니다. 만약 서류철이 소품으로 등장한다면 거기에 제 글씨가 있어야 해요. 그래야 진짜처럼 보이지 않을까요?”

역시 황정민의 연기는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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