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임의택 기자 =대기업의 경영승계와 관련, 장자(長子) 수난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창업주인 아버지가 공들여 일으킨 기업을 물려받은 2세는 단 한 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아버지에게 경영능력을 인정받으면 본가를 이어받게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짐을 싸고 분가하기도 한다. 경영권을 물려받지 못한 장자들이 이른바 ‘왕자의 난’을 일으키거나 소송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장손 이맹희 씨는 한때 삼성그룹 전체를 책임졌다. 1966년 ‘사카린 밀수사건’ 책임을 지고 이병철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후였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6개월 못 돼 그룹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는 질책만 듣고 자리에서 물러났고, 삼성의 승계권은 셋째 아들 이건희 씨에게 넘어갔다. 이맹희 씨는 지난 2007년 삼성 특검팀이 결론 내린 차명 재산을 나눠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2014년 항소심에서 패하면서 또 다시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2000년 정몽구-정몽헌 회장 사이에 일어난 현대그룹의 ‘왕자의 난’도 빼놓을 수 없다. 고 정주영 회장의 실질적인 장남 정몽구 회장은 5남이었던 고 정몽헌 회장에 밀릴 뻔했다. 그러나 계열 분리 후 현대차그룹을 재계 2위로 올려놓으며 실력을 입증했다. 그리고 현대건설을 인수하면서 현대그룹의 적통을 잇는 데에도 성공했다. 그는 현대건설 인수 후 10년 만에 현대계동사옥으로 출근하면서 “꿈만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진그룹은 고 조중훈 창업주의 사망 후 장남 조양호 현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이후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각각 한진중공업, 한진해운, 메리츠화재를 맡아 경영해오던 동생 조남호 씨, 조수호 씨, 조정호 씨가 상속분쟁을 벌이면서 회사가 계열 분리됐다.
부친 김종희 전 회장으로부터 29세의 나이에 회장직을 물려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동생 김호연 씨와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그러나 1995년 소송이 취하되면서 일단락됐다.
피도 눈물도 없는 ‘골육상쟁’의 세계지만 LG그룹만은 예외다. 창업주 고 구인회 회장 이후 2세 구자경 회장, 3세 구본무 회장까지 모두 무난하게 장자에게 승계됐다. 구본무 회장은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의 장남 구광모 씨를 양자로 받아들여 후계 수업을 시키고 있다.
최근 불거진 롯데그룹의 경영권 승계 다툼은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3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간의 다툼에서 비롯됐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나서 장남에게 경영권을 승계한다는 발표를 했으나, 향후 롯데그룹은 경영권 향방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후계 승계 프로그램 정착되지 않은 국내 대기업 문화에서는 이 같은 일들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경영권 분쟁없이 성과를 내는 가족경영 기업이 많다. 또 오너 가문이 반드시 회장을 물려받지 않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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