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세법개정안과 하반기 경제정책, 구조개혁 등 할 일 많은 정부가 9월 국정감사(이하 국감)에 대한 피로도가 벌써부터 높아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대비해 국회의원들이 지역 챙기기에 나서며 국감을 당초보다 한달이나 앞당겼기 때문이다. 올해 국감은 9월 4일부터 23일까지다.
국감이 추석 전에 끝난다는 점에서 일부 공무원들은 안도하는 모습이지만 당장 소관위원회에서 요구하는 방대한 자료를 만들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하소연이다.
세종정부청사에 입주하고 있는 부처의 한 관계자는 “아직 국감에 내세울만한 정책 완성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소관위의 날카로운 질문을 어떻게 피해갈지 걱정”이라며 “국감 전까지 구조개혁이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등 굵직한 현안이 해결되지 않으면 뭇매를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국감 준비를 할 틈이 없다. 8월 들어 예산실은 국회에 올리는 예산안을 다듬는 시기이고, 세제실 역시 조만간 세법개정안을 내고 여론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특히 올해 경제성장률 하락에 대한 의원들의 집중 추궁을 어떻게 피해갈지 벌써부터 고민거리로 다가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 3년차에 핵심 정책으로 부상한 4대 개혁은 아직 시작도 못했다. 이달 발표될 노동개혁 후속조치 역시 국감을 잠재울 만한 정부 성과로 보기에는 약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정부 안팎에 흐르는 ‘8월 개각설’도 국감에서 상당한 위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개각이 유력한 부처에서는 새 장관 성향을 파악하기도 전에 국감을 치러야하는 이중고를 겪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일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매년 국감시즌에 또 다른 문제로 떠오른 세종시 공동화 현상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2년 12월 세종시로 이전한 부처들은 이듬해 국감과 예산 시즌으로 인해 10월부터 주요 공직자들이 자리를 지키지 못하면서 ‘세종시 공동화’라는 새로운 유행을 만들었다.
지난해까지 사무관 이상 공무원들은 국감시즌에 인근 찜질방이나 모텔에 투숙하며 업무를 봤다. 세종시는 현재 이주 대상 공무원 1만3000명 가운데 85%가 이주를 완료했다. 더 이상 서울과 경기도권에서 업무 후 거주할 공간이 없다.
세종청사 입주부처 관계자는 “매년 10월부터는 서울 업무가 더 많다. 업무가 끝나고 다시 세종시로 내려오기도 애매하다”며 “올해는 국감이 일찍 시작되면서 세종시에 내려올 시간이 더 적어질 듯하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감을 빨리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다만 국감으로 인해 다른 업무에 차질을 빚는 부분은 상당히 비효율적인 일”이라며 “세종시에 정주 여건을 갖춘 직원들이 약 3개월간 찜질방이나 모텔을 전전긍긍하는 부분은 국가 차원에서 심각하게 생각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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