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김현승 시인 플라타너스 나무 싹둑…베어낸 곳에 남구청장 사택 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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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0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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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 광주 출신 김현승 시인(1913~1975)의 시 '플라타너스'에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진 무대인 남구 양림동의 수령 100여년 된 플라타너스가 최근 베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해당 부지가 최영호 남구청장의 소유인데다 이곳에 최 구청장이 2층 규모의 단독주택을 짓고 있어 시민단체는 사익을 위해 공공문화유산을 벌목했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광주경실련은 4일 성명을 내고 "최근 남구청은 김현승 시인의 대표작 '플라타너스' 집필 당시 영감을 줬다는 수령 100년도 더된 소중한 역사문화유산인 플라타너스 나무를 싹둑 잘라버렸다"며 "이는 단순히 나무 한 그루를 자른 것이 아니라 김현승 문학을 자른 것이자, 한국 문학의 상징을 자른 것이며, 역사문화마을 조성의 대의를 져버린 만행"이라고 비판했다. 

남구청은 최근 양림동 한 사유지에 있는 플라타너스 나무를 벌목했다. 강풍에 나뭇가지가 부러지면서 주차된 차량을 파손하고 전봇대를 건드려 정전사고가 발생하는 등의 주민 민원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이곳이 광주의 시인이자 한국 시단에서 가장 뛰어난 지성 시인으로 손꼽히는 김현승 시인이 시상을 떠올렸다는 곳이다. 더욱이 광주의 한 문화단체는 김 시인의 대표작이 탄생된 배경을 알리기 위해 플라타너스 나무 바로 앞에 표지판을 설치하기도 했다. 

광주경실련은 "인구 450만의 아일랜드는 제임스 조이스, 예이츠, 조지 버나드 쇼, 사무엘 베켓 등 대문호가 즐비한 나라로 이들 생가에는 그들이 사용했던 침대와 책상, 옷가지, 낡은 공책과 펜 등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소품 하나까지 빠뜨리지 않고 전시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와 지자체도 이런 자원이 갖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잘 알고 있기에 발굴·보존하는데 심혈을 기울여 오고 있지만 광주 남구는 부끄러운 만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광주 남구는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행하는 관광도시 조성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중국의 3대 혁명 음악가 정율성 선생과 김현승 시인의 출신지인 양림동 일대에 50억원을 투입, 전국적인 관광도시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나무가 자라던 땅 소유주는 최 구청장이다. 최 구청장은 지난 4월 땅을 매입한 뒤 2층 규모의 단독주택을 짓고 있어 이번 벌목이 건축물의 안전을 고려해 벤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 단체는 "조금이라도 의식이 있는 구청장이라면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플라타너스 주변 부지를 구에서 공적으로 매입해 김 시인 기념공원으로 조성함으로써 남구와 광주의 정신문화 보고로 만들었어야 했다"며 "국비를 지원받아 양림동 일대를 근대역사문화마을로 조성하고 있는 구청장이라면 더욱 그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벌목 된 나무와 건출물의 거리를 볼 때 경실련은 플라타너스 나무뿌리가 최영호 청장 신축 건물에 영향을 줄까봐 남구청이 민원을 핑계로 잘라버린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며 "공익을 대변해야 할 단체장이 사익을 위해 공공문화유산을 벌목한 행위로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광주경실련은 △남구의회는 양림동 플라타너스 나무 벌목사건이 누구의 지시에 의해 저질러졌는지 진상조사위를 꾸려 철저한 규명 △최영호 남구 청장은 본인의 사택 건축과정에서 소중한 역사문화유산이 훼손된 것에 대해 사죄하고 '올해의 관광도시사업'에 계획서를 제출해 놓고도 플라타너스 인접 부지를 공유지로 매입하지 않고 사택부지로 매입한 경위를 소상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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