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부터 비난 받는 롯데, 일반인 폭로도 이어져…"외자기업에 파격적 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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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06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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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사진=MBC 영상 캡쳐]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형제 간 경영권 분쟁으로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롯데그룹이 이제는 태생에 관련해서도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한국 롯데의 창업 기록이 재조명 되면서 외자 기업으로 특혜를 톡톡히 누렸던 사건 등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라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1970년대 서울시 도시계획을 총괄했던 손정목(88)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의 대표 저서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에는 을지로 롯데타운 형성과정이 담겨있다.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이었던 손 교수는 저서에서 롯데제과 껌에서 쇳가루가 검출돼 제조 정지 명령이 내려진 1970년 11월13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신격호 총괄회장을 청와대로 불러들여 그 자리에서 롯데껌 파동을 '조치'해주며 호텔롯데를 지어달라고 부탁했다고 기술했다.

또 양택식 전 서울시장과 함께 김종필 전 총리에게 불려가 호텔롯데 건설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 것을 지시받았다고 했다.

손정목 교수는 "신격호는 일본인과 다름없어 그의 재산 대부분이 당연히 일본에 귀속될 처지에 있었고 한국정부 입장에서는 그의 막대한 재산 일부만이라도 모국에 투자하게 하고 부동산 상태로 남겨두게 하려는 속셈이었다"고 설명했다.

호텔롯데 건립은 반도호텔을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반도호텔 민영화 계획이 발표되면서 1974년 정부는 일반 공개경쟁입찰을 벌였고, 호텔롯데가 단독 응찰해 42억원에 낙찰받았다.

때문에 소공동에 있던 국립중앙도서관은 남산어린이회관으로 옮겨야 했다. 손 교수는 윗 선에서 국립도서관을 호텔롯데에 매각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통편이 나빠 어린이들이 올라갈 수 없었던 남산에 어린이회관을 짓게 한 일, 그것을 국립도서관에 강제로 인수시킨 일, 도서관을 롯데에 매각하라고 지시한 일이 모두 어이없었지만 시민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사업자와 서울시장만 합의하면 재개발사업보다 더 강력하게 건축행위를 할 수 있었던 당시 서울시는 호텔 부지 일대를 '특정가구정비지구'로 지정했다.

덕분에 롯데는 동국제강, 아서원, 반도호텔, 국립도서관, 반도조선아케이드, 민간부지를 모두 사들였다.

외자도입법의 혜택도 받아 신 총괄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호텔롯데 설립추진위원회가 발족했다. 이 법은 부동산취득세와 재산세·소득세·법인세 5년간 면제와 이후 3년간 절반 면제, 관세와 물품세 영구 면제 등의 혜택을 담고 있었다.

신 총괄회장은 한국 국적자였지만 일본에 10년 이상 영주해 외자도입법 적용도 받을 수 있었다. 호텔롯데는 엄청난 부동산을 취득했음에도 부동산취득세와 재산세를 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호텔과 백화점을 짓는 데 쓰인 외국제품과 주방·가전용구 등 모든 물품을 비품·장치용으로 보고해 관세도 물품세도 물지 않았다.

특정지구개발촉진에 관한 임시조치법도 이 즈음 마련됐다. 법은 해당 지구 내 부동산투기억제세, 영업세, 등록세를 면제해줄 것과 이미 낸 세금도 되돌려줄 것, 융자를 지원해주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이 법으로 취득세, 재산세, 등록세, 영업세, 도시계획세 등 각종 세금을 모두 내지 않을 수 있었다고 손 교수는 증언했다.

당시 서울시가 강북 억제책의 하나로 제시한 '백화점 건립 금지'의 조항을 비켜가려고 '롯데쇼핑센터'라고 이름 붙인 롯데백화점까지 들어서면서 롯데그룹은 완전히 한국에 정착했다.

손 교수는 저서 끝에 "서울시 국장으로 하수인 노릇을 한 내 입장에서 이 거대한 건물군을 평가할 자격은 없다"면서도 "자본력과 공권력이 결탁하면 못할 짓이 없고, 안 되는 것이 없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자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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