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가 심화되면서 미국 기업들의 실적 하방압력도 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 완화로 잠시 한숨을 돌린 미국 기업들은 달러 강세와 함께 중국발 위기로 또 한차례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분기별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을 통해 이번 어닝시즌에 중국의 경기둔화에 따른 실적둔화를 '심각하게' 우려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에 편입된 2분기 미국 기업들의 순익 증가율은 1.2%로 지난 2012년 가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5% 감소해 최근 6년래 최대 낙폭을 보였다. 이 마저도 매출 신장이 아닌 비용절감과 주식 환매 등을 통한 수익이 대부분인 것으로 집계됐다.
대표적으로 엔진 제조업체 커민스는 2분기 중국의 굴착기 수요가 전년대비 34% 줄었다고 밝혔다. 목재 및 제지생산업체 와이어하우저도 중국의 건설시장 둔화에 따른 원자재 수요 감소로 제품가격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통신장비업체 주니퍼네트워크의 2분기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은 전분기 대비 3% 감소했다. 하지만, 중국을 제외할 경우 매출은 11% 증가한다. 이는 중국 성장둔화가 회사 전체 실적에 미치는 여파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많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미래 경제성장 전망을 부정적으로 판단하며 너도나도 실적 목표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화학기업 듀폰은 올 하반기 매출을 2~3%로 제시했다. 이는 앞서 제시한 5% 이상 목표치보다 하향조정된 것이다. 제너럴모터스(GM) 또한 올해 중국의 자동차 판매가격이 5~6%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앞서 GM은 중국내 매출이 3%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반도체칩을 생산하는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의 스티브 상히 CEO는 "중국은 과거 성장엔진으로 불렸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면서 "우리의 부진은 그 여파가 특정 부문은 물론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웰스 파고 증권에 따르면 미국 대기업들의 전체 실적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부분은 미미하다. 실제로 S&P 500에 편입된 기업 중 단 16개 기업만이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중국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거대한 인구와 급속한 중산층 확대, 기업환경의 자유화 움직임 등이 큰 경제적 리스크에도 미국 대기업들을 중국시장으로 유인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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