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매스커레이드 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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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1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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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펴냄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 ‘용의자 X의 헌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백야행’ 등 내놓는 작품마다 폭발적인 화제를 불러 모으면서 오늘날 일본 미스터리계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군림하고 있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스커레이드 이브’(2015)가 현대문학에서 양윤옥의 번역으로 출간됐다.

‘매스커레이드 이브’는 2012년 그가 자신의 작가 생활 25주년을 기념하며 펴낸 ‘매스커레이드 호텔’의 과거 이야기로, ‘매스커레이드 호텔’은 시리즈를 좀처럼 내지 않는 작가가 ‘유가와 교수’ ‘가가 형사’를 잇는 새로운 캐릭터 ‘닛타 고스케 형사’가 등장하는 세 번째 시리즈의 첫 권을 냈다는 점에서도 큰 기대를 모은 바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탈고 후 “상상력을 극한까지 쏟아부었다는 실감이 든다. 앞으로 똑같은 작업을 한다 해도 이보다 더 잘 해낼 자신은 없다”라고 소회를 밝혔을 정도로 공을 들인 ‘매스커레이드 호텔’은 ‘인간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라는 전제로, ‘호텔’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손님의 가면을 지켜내려는 호텔리어와 그것을 파헤치려는 형사’의 관계가 수수께끼를 증폭시키는 탄탄한 삼각 구조로 대형 추리물 시리즈의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3년여 만에 출간된 ‘매스커레이드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매스커레이드 이브’는 닛타와 나오미라는 주인공 콤비의 탄생 비화를 연작 형식으로 그려낸다. 흔히 ‘프리퀄prequel’ 작품 경우 시리즈가 어느 정도 입지를 구축한 후 소개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이번 ‘매스커레이드 이브’의 출간은 상당히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자신감 있게 선보인 ‘매스커레이드 이브’는 일본에서 하드커버 단행본을 먼저 낸 후 그 반응에 따라 보급판인 문고판을 내는 관례를 깨고 문고판으로만 출간하여 한 달 반 만에 100만 부가 팔리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일본의 저명한 서평 전문지 ‘다 빈치’가 독자, 서점 관계자, 문필가 등 4589명을 대상으로 투표한 2014년 ‘BOOK OF THE YEAR’ 대특집에서 ‘매스커레이드 이브’는 미야베 미유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함으로써 미스터리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최고의 이야기꾼 히가시고 게이고의 힘을 다시금 입증했다.

이 책을 이루는 네 개의 단편은 저마다 독립된 이야기면서도 두 주인공이 다양한 인간 군상이 엮인 사건들을 맞닥뜨리며 점차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는 점에서는 하나의 완결된 구성을 띠고 있다. 아직 신입인 ‘엘리트 형사’ 닛타와 역시 입사 4년 차의 새내기인 ‘미모의 호텔리어’ 나오미는 미숙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러면서도 매우 개방적이고 자기주장에 거침이 없는 가운데 투철한 직업의식과 섬세한 관찰력, 대담한 발상의 전환으로 사건을 풀어나간다.

묘하게도 두 주인공은 서로가 서로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접점을 보이는데, 만난 듯 만나지 않은 듯 한 아슬아슬한 접점 속에서도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지키려는 자’와 ‘파헤치려는 자’로서의 갈등이 사건 해결에 중요한 단서로 작용하면서 어느 때보다 치밀한 복선의 정통 미스터리를 선보인다.

한편 ‘매스커레이드 이브’는 ‘매스커레이드 호텔’에서 언급되었던 대사나 장면에 대한 에피소드도 밝혀지기에 전작을 읽었던 독자들에게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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