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지방분권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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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8-1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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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 서울시 기획조정실 정책기획관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에서 발표한 2015년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25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경제성과와 경영효율성 부문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정부효율성 부문에서는 순위가 하락했다. 한국의 국가경쟁력 제고 논의가 그동안 기업의 경쟁력 중심으로 진행돼 왔으나 미국(1위), 스위스(4위), 독일(10위), 영국(19위) 등처럼 한국이 국가경쟁력 20위권 도약을 위해서는 ‘공공부문의 효율성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경쟁력이 상위에 랭크된 국가를 보면, 대부분 지방정부의 조직, 입법 등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지방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인정해 공공부문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헌법을 개정하면서까지 국가운영체계를 지방분권형 체계로 전환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20년이 지난 현재 한국의 지방분권은 어떠한가. '지방자치법' 및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은 여전히 부단체장의 수 뿐만 아니라 3급 이상 국장급 직위까지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역의 다양성과 특수성에 맞는 국 1개도 중앙정부의 승인 없이 신설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를 비롯한 광역시들의 업무는 정책과 기획 업무 중심으로 변모했다. 서울시만 해도 시민복지, 도시재생, 걷고 싶은 도시, 한강자연성 회복, 임대주택 8만호공급 등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는 기획기능이 중요한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서울은 위치와 특수성으로 인해 행정수요가 더욱 복잡‧다양화 되고 있다. 경제의 중심지로서 마곡‧홍릉‧개포 등 지역이 가진 융복합 역량과 잠재력을 적극 활용한 글로벌 경제도시로 도약이 필요하고, 복지분야에서는 급속한 고령화 진행과 함께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됨에 따라 신노년층의 복지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국제교류 분야에서는 서울시 우수정책의 해외진출이 본격화되고 국제회의‧국제기구 유치 등 글로벌 도시 서울의 위상제고를 위한 난이도 높은 정책과제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미래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부각되는 ‘MICE 산업’의 경우는 어떠한가. 중앙정부는 MICE산업을 산업간 융‧복합을 통해 가치를 증대시키는 창조경제의 대표산업으로 중점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도 그간 지속적으로 MICE산업을 지원했고 4년 연속 ‘세계 국제회의 개최도시’ 5위 내 랭크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앞으로 한국이 세계적인 MICE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전략적 협업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MICE 개최도시 5위에 해당되는 서울시조차 제한된 자치조직권으로 인해 이를 집중 추진하기 위한 전담기구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지방정부와 전국 시도지사협의회는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지난해 11월에는 자치조직권 침해에 대한 공동성명서까지 발표했다. 서울시도 급변하는 행정수요에 대응하고자 그간 중앙정부에 여러 차례 지방의 권한 확대를 건의했으나 여전히 지방정부의 역량을 신뢰하지 못하고 중앙정부가 지방을 적절히 통제해야 지방정부의 선심행정, 예산낭비, 지역이기주의 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중앙집권적 사고를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주민참여와 의회의 상호 견제가 작동되는 지방자치‧지방분권을 충실히 실천함으로써 극복 가능하다. 일본의 경우 1999년 '지방분권일괄법'을 제정해 지방정부의 자치입법권, 자치재정권, 자치조직권, 지역계획권 등을 강화했다.

그 결과 정부 권한을 대폭 위임받은 일본 지자체는 각 지방 실정에 맞는 신속한 행정서비스 제공으로 공공부문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를 불신하고 방만한 운영을 우려하기 전에 제도적으로 묶어 놓은 제약을 풀어 주고 지방자치가 성장할 수 있도록 ‘신뢰’와 ‘지지’를 해줄 필요가 있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통제대상이 아니라, 주요 국정과제를 함께 수행하는 ‘국정운영의 동반자’다. ‘중앙-지방 상생발전’을 위해 지방자치가 필요하고 지방정부의 권한 확대가 요구되는 것이다. 시민이 행복하면, 도시가 행복해진다. 도시가 행복하면, 국가가 행복해진다. 이 단순명료한 진리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태균 서울시 기획조정실 정책기획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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