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스스로의 권위를 유지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국회상을 정립한다’는 목적 하에 지난 1991년부터 가동된 윤리특위(위원장 정수성)는 19대 국회 들어 단 1건의 안건도 처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윤리특위는 19대 국회 들어 각종 의원 징계안을 논의하는 전체회의를 13차례 열었을 뿐이다. 특히 전체회의에 앞서 실질적인 안건 논의가 이뤄지는 윤리특위 산하 징계심사소위는 겨우 3차례에 그쳤다. 마지막으로 다룬 안건은 지난 18대 국회 때 강용석 전 의원에 대한 징계안이었으며, 현재 25개의 징계안이 계류 중이다.
이와 관련 윤리특위 여당 간사인 홍일표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 “윤리특위가 국회의 자정기능을 하는 곳인데, 국회의원들이 그동안 막말이라든가 품위손상, 이런 걸로 서로 징계신청을 많이 해 놓고도 실제로는 처리를 거의 못하고 있다”며 “이것이 그동안 우리가 자정기능을 못해온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윤리특위가 제 역할을 못하다보니,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 스스로 권위를 실추시킨 사건이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되고 있다.
여권에서는 최근 성폭행 논란을 빚은 심학봉 무소속 의원(새누리당 탈당)을 비롯해 아들 취업특혜 의혹을 일으킨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쌀을 판매한 윤명희 의원 등이 대표적인 예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거액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박기춘 의원이 구속된 데 이어 자녀 취업특혜 의혹의 윤후덕 의원, 술을 마시고 경찰지구대에 찾아가 직접 수사를 지휘해 물의를 빚은 유대운 의원 등의 갑질이 계속 됐다.
무엇보다 윤리특위가 비리 의원 등에 대해 강력한 처벌이나 징계 없이 이른바 ‘제 식구 감싸기’ 행태를 보이는 것이 문제다. 윤리특위는 여야가 각각 8명과 7명으로 나뉘어, 자당 의원의 윤리적 처분을 다룰 경우 현실적으로 처분에 대한 합의가 어렵다.
이로 인해 아예 윤리특위 구성을 국회의원이 아닌 외부인으로 채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새누리당 전신인 옛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는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 “윤리특위 위원의 적어도 과반수 이상이 외부 사람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리특위가) 국회의원들로만 구성돼 있다”면서 “뭐 인심 잃고 그런 일을 하겠나. 그냥 ‘우물쭈물’ 하면서 그냥 회기가 지나가면 되니까 유야무야 되고 만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 목에 칼을 겨누는 일을 국회의원들이 할 리가 있나.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인데 이걸 안 하고 있어 이 일이 시정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리특위 무용론을 넘어 ‘혈세낭비’란 지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징계 처분 한 건 내리지 못하는 윤리특위원장에게 매달 지급되는 600여만원 특수활동비 등이 과연 어디에 쓰이는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한 관계자는 “(윤리특위의) 제 기능과 실효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라며 “앞서 일부 의원들의 특수활동비 논란이 도마에 올랐는데, 윤리특위 또한 최근 의원 갑질 사태를 유야무야 할 경우 혈세 낭비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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