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 한 시중 대형은행은 동양·모뉴엘 사태 등 기업 부실이 잇따르면서 대기업 부실 여신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자 최근 대기업 여신에 대한 은행성과지표(KPI) 비중을 대폭 축소했다. 대신 소호(SOHO)대출과 개인대출 비중을 늘려 대기업 여신을 줄이도록 했다.
수익성 악화 위기에 처한 은행권이 대기업 및 해당 계열사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대기업 여신을 줄이거나 회수에 나서는 등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경기 침체로 실적 부진에 허덕이는 대기업에 유동성 위기까지 겹쳐 기업활동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들은 대기업 부실 여신으로 대손충당금이 늘어나자 대기업 여신을 축소하고 있다.
KB·신한·하나·NH농협금융그룹과 우리은행 등 국내 주요 5대 금융사의 올 상반기 대손충당금 손실액은 총 2조8993억원에 달한다. 이는 대기업 부실 여신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에 비해 18% 증가한 규모다.
이처럼 각 금융사들이 부실 여신에 대비해 미리 적립하는 대손충당금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데다 예년에 비해 대기업 부실 우려가 더욱 높아지면서 금융사들은 올 들어 대기업 대출을 줄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국내 은행의 대기업 대출채권 잔액은 179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4조원이 줄었다. 특히 5월에는 전달 대비 2조2000억원이 감소한데 이어 6월에는 전달 대비 2조1000억원 감소했다. 각 금융사들이 대기업 부실우려가 커지면서 리스크 관리를 대폭 강화한데 따른 것이다.
지난 2013년 말 0.81%였던 국내 은행의 대기업 원화대출 연체율은 리스크 관리 강화의 영향으로 지난해 6월 말 0.71%, 지난해 말 0.57%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올해 3월 말(0.52%)부터 4월 0.74%, 5월 0.81%까지 상승하다 5월 말 0.68%로 하락했다.
지난 4월에는 우리은행이 성동조선에 대한 자금 지원을 거부하는 등 기업구조조정 과정 중인 부실 기업에 대한 채권단 자금지원 논의 과정에서도 지원에 난색을 표하는 등 발을 빼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도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을 중심으로 유동성 부족 우려가 확산돼 은행권을 중심으로 여신을 축소하려는 조짐이 보이자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나서 "비올 때 우산을 뺏지 마라"며 제동을 걸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가 선행돼야 향후 해당 기업에 대한 추가 지원 뿐만 아니라 기타 업종에 대한 지원도 가능한데 마치 비가 올 때 무작정 우산을 뺏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 같다"며 "대기업들이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꼬리 자르기 식으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추세도 감안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은행권에서는 수익성 악화 추세가 장기화된 데다 경기 상황도 개선되지 않고 있어 리스크 관리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은행권의 여신 축소 및 회수 움직임으로 인해 별 문제가 없는 기업이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기업의 직접 자금조달 여건이 어려워질 경우 은행권의 여신 축소 등으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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