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026년도 예산안에서 기초과학 연구의 핵심 재원인 과학연구비를 전년도보다 100억엔(약 932억원) 증액한 2479억엔(약 2조3000억원)으로 편성했다. 과학연구비가 100억엔 이상 늘어난 것은 15년 만으로, 장기간 정체돼 있던 일본의 기초연구 정책이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부과학성은 2026회계연도 과학기술 분야 전체 예산을 9863억엔(약 9조2300억원)으로 편성해 전년 대비 86억엔 증액했다. 여기에 더해 국립대학을 지원하는 운영비 교부금도 1조971억엔(약 10조2600억원)으로 188억엔 늘었는데, 증액 폭은 사상 최대다. 연구 프로젝트와 대학 운영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확대된 것은 이례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예산 증액의 배경에는 일본의 국제적 연구 경쟁력 저하에 대한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사카구치 시몬 오사카대 교수와 기타가와 스스무 교토대 교수가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일본 과학의 성과가 다시 조명됐지만 동시에 기초과학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두 교수는 단기 성과 위주의 연구 지원이 누적된 결과라고 지적하며 기초연구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분야별 예산을 보면 미국 주도로 일본도 참여하는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관련 예산이 185억엔(약 1731억원)으로 늘었다. 정부는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유지하면서도, 기초연구 기반을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셈이다. 재무성이 문부과학성이 요구한 증액안을 거의 그대로 수용한 점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직 개편도 병행된다. 정부는 인공지능(AI) 활용으로 급변하는 연구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해 AI 정책을 총괄하는 사령탑 조직을 오는 4월 신설할 계획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지난해 11월 '신기술 입국'을 내걸고 기초연구 투자의 대폭적 확대를 관계 각료들에게 직접 지시한 바 있다.
다만 예산 확대가 곧바로 연구 경쟁력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 재무성은 증액의 조건으로 국제 공동연구 강화와 논문 생산성 향상 등 연구 현장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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