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일본 참의원에서 보안 관련 법안의 심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30일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항의 집회가 열렸다고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언론들이 보도했다.
특히 일본 도쿄 소재 국회 의사당 앞에서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학생과 어린이를 동반한 부모, 전쟁을 겪은 노인 등 다양한 세대가 모여 안보 법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시위 참가자는 주최자 추산 12만 명, 경찰 추산 약 3만 3000명이 운집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아베 정권에서 열린 안보 법안 반대 시위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추산된다.
시위 주체자는 안보 법안에 반대하는 시민모임 '전쟁하게 하지 마라·9조를 부수지 마라! 총궐기 행동실행위원회'고, 이 단체의 요청으로 29일부터 30일까지 양일간 안보 관련 항의 집회나 시위가 전국 300곳 이상에서 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도쿄 시위에는 오카다 가쓰야 민주당 대표도 참가해 "참의원에서의 논의에서 법안의 문제점이 점점 밝혀졌다"며 "이런 위헌 법안을 통과할 수는 없는 만큼 앞으로 3주간 더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정서상 정치 관련 항의 집회가 거의 없는 일본에서 이와 같이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것은 현재 국회에서 계류중인 안보 법안이 전쟁을 합리화하는 이른바 '전쟁 법안'이라는 데 대한 반감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무력공격사태법 개정안 등 안보관련 11개 법 제·개정안은 지난달 중의원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현재 참의원에서 심의 중이다. 정부 · 여당은 다음달 11일까지 참의원에서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지만 찬반 의견이 엇갈려 현재 의회 내에서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참의원이 법안을 가결하지 않으면 아베 정권은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함께 중의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가결해 법을 성립시킬 수 있다. 아베 정권은 자민당 총재 선거 일정 등을 고려해 9월 14일 전에 법안을 표결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음달 실시되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아베가 재선되면 오는 2018년까지 집권을 이어간다. 아베 총리는 오는 14일까지 안보법을 통과시킨 후 다음달 선거를 통해 총리 재임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당내 경쟁자가 없는데다 야당에도 대적할 만한 인물이 없어 아베가 재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안보 법안 통과를 최대 정치적 목표로 삼고 있는 아베로서는 격화된 일본 민심을 얼마나 달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베 내각 지지율이 46%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28~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각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지난달보다 8%포인트 오른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한 이들은 40%로 10%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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