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기찬 ICSB 회장 “고(Go) 웨스트(West) 전략으로 한국 경제 위기 돌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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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9-1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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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세안 10개국 시장 중요성 강조

김기찬 세계중소기업학회장이 경기도 부천시 카톨릭대학교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시장이 곧 보물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시장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곳이 보물 같은 시장일까요? 앞으로는 고(Go) 이스트(East)가 아니라 고(Go) 웨스트(West) 전략이 필요합니다.”

김기찬 세계중소기업학회장(ICSB)은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경제성장률이 높은 곳에 기회가 있다”며 아세안 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벌기 어려운 나라가 미국”이라며 “미국이 1~3%의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중국도 주춤하고 있는 반면, 아세안 10개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7%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아세안 10개국은 베트남, 브루나이, 캄보디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이다.

김 회장은 이들 10개국은 ‘룩(Look) 이스트(East)’, 즉 한국의 놀라운 경제성장을 롤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태어난 1958년만 해도 한국은 말레이시아, 가나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 중 하나였다”면서 “현재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의 국가가 됐지만 말레이시아는 1만 달러, 가나는 1000달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국내 기업들이 이룬 성과와 노하우를 아세안 10개국을 널리 설파하고 이들 시장에서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그는 지난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날아갔다. 이 곳에서 세계중소기업학회의 아세안회원들이 모여 ‘인간적 기업가정신(Humane Entrepreneurship)’에 대한 이른바 ‘자카르타 선언’이 있었다.

“우리들의 자본주의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빈부격차로 자본이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해서 아세안회원들은 보다 따뜻한 사회를 위한 기업가정신을 정립해보고자 했습니다. 기업가정신은 언제나 중요한 것이지만 시대의 변화에 맞게 새롭게 정의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회장은 “개인을 위한 기업가 정신이 1.0, 기업을 위한 기업가정신이 2.0이었다면, 사회를 위한 기업가정신은 3.0이라 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

그는 “인간적 기업가정신의 핵심가치는 사람을 위한 기업가 정신을 정립해보는 것”이라며 “즉 OBF(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기업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부연했다.

자카르타 선언은 ‘인간적 사이클’(Humane Cycle)과 ‘기업 사이클’(Enterprise Cycle)의 양축에서 각각 ‘5E 정신’의 실천을 제안하고 있다.

인간적 사이클의 선순환을 위해 Empowerment(권한배분), Ethics(윤리), Equality(평등), Engagement(몰입), Ecosystem(생태계)의 ‘5E’를 제시했다. 기업 사이클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Envisioning(비전), Enthusiasm(열정), Enlightenment(창의적 사고), Experimentation(모험적 사고), Excellence(실행우위)의 ‘5E’를 내세웠다.

김 회장은 ‘기업가정신이라는 개념이 이상향에만 너무 치중된 내용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 “지금까지 ICSB가 행동을 통해 성과를 통해 성과를 냈다면 나는 그 행동 자체를 바꾸겠다”고 답했다.

“생각을 바꾸려면 철학이 바뀌어야 되고, 구조가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성과가 만들어집니다. 성과는 결국 철학의 산물입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인간적 기업가정신”이라며 “영리기관도 아니고 학자들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자고 모인 ICSB의 존재 이유와 가치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고속 성장을 거듭해 왔던 한국 경제의 침체기도 기업가정신의 부재에서 찾았다.

그는 “국내 중소기업 정책은 그동안 정부 주도의 정책 중심이었다”면서 “고도 경제성장 시절에는 이런 마중물 정책이 통했지만 지금 같은 저성장 시대에는 시장 관점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회장은 “중소 제조업체의 수출 비율은 2005년 16.4%에서 2011년 13.2%로 줄었고, 기업당 매출액에서 연구개발(R&D) 비중이 1%에 불과할 정도 떨어졌다”면서 “해외 시장 개척을 두려워하고 국내에 안주하고자 하는 ‘갈라파고스 현상’이 업계 전반에 팽배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비율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입니다. 정부가 1년에 17조원에 달하는 R&D 비용을 쏟아 붓고 있지만 시장에서 체감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R&D 패러독스’를 경계해야 합니다.”

그는 “R&D에 투자를 안 하는 기업들이 무덤으로 가는 시대가 오고 있다”면서 “독일의 히든챔피언, 일본의 교토식 경영처럼 국내 기업 중에도 R&D투자를 매출액 대비 4% 이상 투자하는 이노비즈(기업 혁신형) 기업에게 해외 진출 교두보를 마련해주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를 위한 협력 방안으로 ‘아시아판 에라스무스’ 모델을 제안했다. 유럽 내 대학 교류 프로그램인 ‘에라스무스 프로젝트’처럼 아세안 기업 간 교육네트워크를 구축,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면 학위나 인증을 수여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대학들이 너무 미국, 중국, 일본과의 교류에만 치우쳐 있다”면서 “글로벌 비즈니스의 출발은 글로벌 인맥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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