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 없는 파업… ‘고립’ 자처하는 산업계 대표노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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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9-1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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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현대중공업 노조]


아주경제 양성모·윤정훈 기자 = ‘太剛則折(태강즉절, 너무 강하면 부러지기 쉽다)’ 현재 국내 산업계를 대표하는 노조들에게 어울릴법한 사자성어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중국시장 침체 등으로 국내 산업계가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노사갈등도 양극화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조선업계와 자동차업계를 이끌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현대‧기아차 노조가 대표적이다. 이들 업종 대표 노조들이 파업을 강행하거나 파업 수순에 돌입한 것과 달리 동종업계 타사 노조들은 일찌감치 임‧단협을 마무리 하면서 대조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노조들이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지난 16일 경기 소하·화성·광주 공장지회, 판매·정비지회 등 5개 지회 전체 조합원 3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3만1163명이 참여해 2만2700명(참여인원 기준 72.8%)이 파업에 찬성표를 던졌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14일부터 잔업을 중지하고 일반교육과 특근 등을 거부하고 있다. 노사는 15일부터 16일까지 교섭을 진행했으나 결국 결렬됐다. 만일 올해도 파업이 진행된다면 현대·기아차는 4년 연속 노사분규(紛糾) 사업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조(兆) 단위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 노조도 지난 달 26일과 이달 4일 두 차례에 걸친 부분 파업을 강행한데 이어 17일에도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사측은 업황 부진 등으로 임금 동결을 제시하고 있으나 노조는 “경영진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해서는 안된다”며 임금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자동차 업계에선 현대·기아차만 노조만 사측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한국GM은 여름휴가 전에 임금 및 단체협상을 마무리했다. 특히 르노삼성은 지난 7월 조합원 93%의 찬성을 받으며 임금협상을 타결했으며 한국GM도 2년 연속 무분규로 노사가 임금협상에 합의했다. 쌍용차도 6년 연속 무분규로 올해 임금협상을 마무리한 상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매년 임단협에서 노조는 파업카드를 손에 쥐고 본교섭에 임했다”면서 “기아차는 현대차보다 교섭 진행과정이 늦은 만큼 현대차의 교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해 노조측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운 상태다.

타이어 업계도 상황은 엇비슷하다. 한국타이어가 가장 먼저 지난 8일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서 53년 무분규를 이어갔다. 넥센타이어도 2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위해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다. 반대로 금호타이어는 17일 기준 파업 36일째를 맞은 상황에서 임단협이 진행 중이다.

조선업계 노조는 더욱 심각하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종노조연대와 공동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을 내세웠지만 빅3 조선소 중 삼성중공업은 임단협 타결로 공동투쟁에서 발을 뺀 상태다.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는 성동조선해양도 회사 정상화를 위해 기본급 동결을 골자로 임단협을 매듭지으며 공동투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회사 정상화를 위한 의지를 내보이는 한편, 사측 제시안을 두고 협상을 진행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 업종 대표노조들이 올해 보여주고 있는 파업카드 남발은 노동자와 산업계 전체에 있어 긍정적이기 보다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는데 입을 모은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재 현대·기아차의 경우 신차효과가 가장 기대되는 시점인데 파업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될 경우 회사 수익 및 신뢰도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부진했던 조선업계는 최근 발생한 수조원의 적자로 통폐합 등이 논의되는 등 가장 큰 고비를 만난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파업카드를 꺼네드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파업은 오히려 산업계에서 고립되는 모습만 나타낼 것”이라고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반대로 사측의 성실한 교섭 또한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사측이 무대응, 무원칙을 고수할 경우 갈등은 더욱 심화되기 마련”이라며 “노조들도 파업을 원치 않는 만큼 사측은 노동자들이 이해할 수 있거나 설득할 수 있는 안건을 마련해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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