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2일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 국빈 방문에 나선다. 미중 양국은 남중국해갈등, 사이버안보, 한반도 문제 등을 두고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둔 미국내 대중국 여론은 악화일로에 놓여있다. 이 같은 상황에 양국이 의견차를 줄이고 협력을 강화해 낼 수 있을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방미일정 시작은 소프트하게
시 주석은 22일 첫 방문지인 시애틀에 도착, 경제외교 일정을 소화한 뒤 25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시 주석은 시애틀에서 '미·중 인터넷 산업 포럼'과 미중 양국 기업 15개사가 각각 참석하는 CEO 좌담회, 지방정부 지도자 포럼, 현지 기업 및 학교 방문, 화교들과의 간담회 등 다양한 일정을 소화한다.
◆사이버해킹 불꽃 논쟁 예고
시애틀 일정을 소화한 시 주석은 미국 수도 워싱턴 D.C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정상외교 일정에 돌입한다. 최고의 관심사는 단연 사이버해킹 문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2일 플로리다주 포트미드 기지에서 가진 타운홀 미팅과 16일 기업인들과의 라운드포럼 행사에서 “사이버 해킹 문제가 최대 의제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발 사이버 공격이 더욱 명확해지고 있으며, 더는 중국에서부터 시작하는 사이버 공격을 용납할 수 없다”며 “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몇가지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틀 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 정부와 민간기업을 겨냥한 중국의 해킹에 관해 우려를 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6월 미 연방정부기구인 인사관리처(OPM)가 보유한 공무원 2200만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이후 중국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이에 중국은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미 국가정보국의 전세계 도·감청 사례를 상기시키며 ‘우리도 사이버 해킹의 최대 피해자’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아울러 "해킹은 중국 정부와 무관한 일이며 근절 노력을 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맞설 전망이다.
◆양국 서로 양보 못하는 남중국해
남중국해 문제 역시 논쟁이 예상된다. 미국은 올해 상반기 내내 중국이 최소 9개의 인공섬을 건설하며 항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군사적 성격을 띤 중국의 인공섬 건설이 중단되지 않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미국 정가에선 “미군이 인공섬 반경 12해리(22㎞) 안의 해역과 상공에 군함과 항공기를 진입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태도는 단호하다. 모든 작업은 중국의 정당한 주권 범위 안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군사적 목적만이 아닌 해상사고 구조와 기상 관측 등 다목적 사업이라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미국이 영유권 분쟁의 당사국이 아님에도 왈가왈부하는 것은 이 지역에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저의가 있다고 여긴다.
◆북한문제 관련 한목소리 낼까
양국 정상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움직임과 관련한 한반도 정세 안정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추가 핵실험을 암시한 상황이라 이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시 주석이 직접 북핵 문제를 언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왕이(王毅) 부장, 정쩌광(鄭澤光) 부장조리(차관보) 등 중국 외교부 고위인사들은 지난주 양국 정상이 한반도 핵문제에 대한 긴밀한 협의를 통해 새로운 합의에 이를 것이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밖에 인권문제와 해외 도피사범 인도문제, 양자투자협정(BIT), 기후변화 대책 등 현안도 긴밀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지루한 협상이 지속되고 있는 양자간 투자협정의 경우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돌파구가 뚫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미 양국간 고속철, 발전소 등 각종 경협 분야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28일에는 유엔총회 무대 데뷔
시 주석의 미국 방문은 지난 2013년 6월에 이어 국가주석 취임 후 두 번째이며, 국빈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 개인으로 보면 1985년 허베이(河北)성 정딩(正定)현 서기 시절 첫 방미 이후 이번이 7번째 방미다.
시 주석은 26일에는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으로 이동, 28일까지 머물면서 제70차 유엔총회 등 각종 유엔 회의에 참석한다. 시 주석은 28일 집권 이후 처음으로 유엔총회 무대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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