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일본 정부가 자국의 통신요금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일 이동통신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통신요금 인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이통사 들은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다.
22일 외신에 따르면 일본 아베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갑작스런 통신요금인하 지시로 일본 이통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 등 이통3사의 주가는 연일 하락해 4조엔(약 39조원)에 이르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1일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이동통신요금의 가계부담 경감이 큰 과제”라고 언급하면서 통신요금 인하 검토를 지시했다. 이에 대해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상은 “이동통신 요금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연말에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말까지 시간이 촉박해 제4이통사의 투입을 통한 사업자 간 경쟁촉진 유발이 아닌, 기존 이통사들에게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하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총무성은 통신요금 인하 대책 수립을 위해 해외 각국의 사례를 수집 중이다. 특히 미래부가 그 동안 추진해 온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대책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래부 관계자는 “최근 총무성 파견 통신담당관이 2차례 미래부를 방문해 통신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총무성 관계자도 “나라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한일 양국은 법규제가 제한적인 가운데 통신요금 인하 조치를 내려야한다는 점이 비슷해 참고가 된다”면서 “특히 한국은 일본보다 통신요금이 저렴하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이통요금 인하 움직임은 최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한 가계통신비 급증과 무관치 않다. 일본의 세대별 통신비는 연간 19만 엔(약 185만원)으로, 가계비의 5%를 차지한다. 가계비에 차지하는 통신비 비율은 최근 10년 동안 20% 증가했다.
이렇게 스마트폰의 보급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통신요금 증가로 인한 가계 압박이라는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그 동안 일본 국내에서도 이통요금이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총리가 요금인하 방안을 직접 지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를 지켜보는 국내 이통3사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 이동통신 관계자는 “총무성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두고 봐야겠지만, 우리에게도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 “자칫 우리보다 요금이 저렴해질 경우 후폭풍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사례 가운데 하나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제까지 국내 이통3사는 자사 요금제가 저렴하다는 근거를 해외사례를 통해 제시해왔다. 지난 7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통신 서비스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요금은 저렴한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를 인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총무성이 연말에 내놓을 통신요금 인하 정책으로 일본 이동통신요금이 우리와 비슷해지거나, 저렴해질 경우 국내 이통3사의 요금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업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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