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주바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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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01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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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주바안' 스틸컷]

아주경제(=부산) 김은하 기자 = “노래와 춤은 발리우드(봄베이[Bombay]와 할리우드의 합성어. 인도 영화 산업을 통칭)의 상징과도 같아요.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죠. 하지만 클리셰를 답습하지는 않았어요. 그 안에 내러티브(Narrative)를 담아냈죠.” 20돌 부산국제영화제가 인도 신예 감독 모제즈 싱의 데뷔작 ‘주바안’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다.

말더듬이라는 이유로 또래에게 폭행을 당한 어린 딜셰르는 굴차란에게 묻는다. “아저씨는 왜 저를 구해주지 않았어요? 왜 제가 맞고 있는 걸 보고만 있으셨죠?” 굴차란은 답한다. “너를 지킬 수 있는 것은 너뿐이야. 이 펜으로 네 앞날을 스스로 써내려가렴.” 소년 딜셰르가 벽돌 공장 사장 굴차란을 롤모델로 삼기 시작한 순간이다. 딜셰르는 동료를 짓이기고, 갑을 대신해 손에 구정물을 묻히고, 친아버지 같은 존재를 이간질하면서 대기업 총수가 된 굴차란의 수하가 된다.

‘주바안’은 새로운 이야기를 펼치지는 않는다.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한 딜셰르에게 자격지심을 느끼는 굴차란의 아들, 생면부지 딜셰르를 후계자로 여기는 굴차란이 마딱잖은 아내, 데릴사위로 들어와 아내와 친구가 낳은 아이를 친아들로 받아들여야 하는 굴차란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아내와 아들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굴차란에게 이용당하는 딜셰르가 뒤늦게 삶의 진정한 가치를 찾는다는 내용이다. 캐릭터를 절대 악과 절대 선으로 양분하지 않은 감독의 선택은 탁월했다.
 

[사진=모제즈 싱 감독]

익숙한 이야기를 신선한 형식으로 풀어내는 것이 ‘주바안’이 가진 힘이다. 흔들리는 청춘은 어느 한 곳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니까. 보편적 이야기로 다소 생경한 인도영화에 대한 반감을 줄였다. 그러면서도 ‘발리우드 표’ 음악과 춤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르를 선보임으로써 새로움을 꾀했다. 모제즈 싱 감독은 1일 부산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러 장르의 노래와 안무는 인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회적 변화를 상징한다. ‘발리우드 표’가 아니라고 해서 인도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기, 노래, 춤을 완벽히 소화해내는 여주인공 사라 제인 디아스는 치명적 매력을 뿜어낸다. 인도의 메간 폭스라 부를 만 하다. 남주인공 비키 카우샬에게 ‘주바안’은 두 번째 영화인데, 첫 번째 영화인 ‘마사안’은 지난 칸 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됐다. 요란스럽게 요동치지 않고 희미하게 흔들리는 청춘의 표상을 연기한 비키 카우샬은 좋은 작품을 연달아 출연한 것이 단순히 운이 아님을 증명한다.

각설하고, 인도풍의 음악에 맞춰 추는 브레이크 댄스는 놓칠 수 없는 별미다. 돌려 말하는 법이 없는 노래 가사는 때때로 낯 간지럽지만, 왕왕 가슴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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