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진 정치경제부 차장[사진=아주경제]
얼마 전 막을 내린 드라마 ‘어셈블리’에서 얼떨결에 전략공천을 받고 그때서야 ‘정치를 제대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 후보자 진상필(정재영분)에게 선거지원을 요청받은 수석보좌관 최인경(송윤아분)이 단도직입적으로 던진 질문이다.
진상필은 우물쭈물 답변을 하지 못한다. 그러자 최인경은 레이저광선을 쏘며 대차게 쏘아붙인다. “부끄럽지 않으세요? 주권자의 신성한 한 표를 당신에게 행사할 지역 시민들과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당신의 세비를 지급하게 될 이 나라 국민들한테 부끄럽지 않으세요?”
이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여의지앵(여의도를 돌아다니는 정치백수)’, ‘호모폴리티쿠스(권력과 민심에 민감하고 떼로 몰려다니며 섬기는 주군을 자주 바꾼다)’들이 슬슬 기지개를 펴고 있다.
‘공천을 받으려면 어느 줄에 서야 하는지, 어느 지역에 출마해야 당선될 수 있는지, 상대방 전력은 어느 정도 되는지’ 등등 숱한 정치공학적 셈법만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목표는 오로지 ‘금배지’ 뿐이다.
내년 4월 총선 공천권을 놓고 바람 잘 날 없는 여야의 ‘집안싸움’도 볼썽사납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겠다는 상향식 공천제이냐, 전략공천이냐 여당의 총선룰 싸움이든 야당의 혁신위 ‘현역 물갈이’ 방안이든 결국 내년 총선에서 자기 세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의 권력 다툼일 뿐이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가 김무성 대표와 벌인 '안심번호 공천제' 파동도 박 대통령 퇴임 이후 구상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20대 총선에서 자기 우군이 국회에 대거 입성해야 후반기 안정적인 국정운영은 물론 퇴임 후 국정 평가에도 방패막이가 돼 줄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여야의 유력 대선주자인 김무성·뮨재인 여야 대표 역시 미래권력의 선점여부가 달린 총선공천권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총선룰 전쟁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슬슬 짜증과 피로감이 몰려온다. 권력게임에 경제도 민생도 사라진 지 오래다.
여야가 각각 '민생국감', '4생(生) 국감'을 내세웠던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도 내년 총선에 온통 관심이 쏠리면서 정책은 실종된 ‘맹탕국감’, ‘역대 최악의 국감’이라는 오명을 안았다.
입만 열면 ‘민생’을 외치면서도 정작 돌아서면 자기 밥그릇부터 챙기는 여야 정치인 행태에 국민들은 ‘정치불신’을 넘어 ‘정치혐오’까지 나타내고 있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8월 실시한 조사에서 대한민국 발전을 위한 우선 해결 과제(중복응답)가 무엇인지 물어본 결과 계파 갈등을 의미하는 ‘정치권의 무능과 대립’이 40.7%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는 공천을 포함한 각종 정치적 결정 단계에서 빚어지는 ‘부정부패’가 34.7%로 그 뒤를 이었다.
또 유권자 가운데 절반가량은 내년 20대 총선에서 현역 국회의원의 '물갈이'를 바라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6-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7%가 내년 총선에서 현역 의원이 아닌 다른 사람이 당선되기를 희망했고, 정치 신인의 공천비율에 관한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36%가 현재 3분의 1의 신인 공천이 적당하다고 답했다.
이는 기존 정치인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 방증한다.
권력의 맛은 달콤하다. 권력과 부패는 늘 한 몸처럼 붙어 다닌다. 비리와 범죄에 연루된 의원이나 정치지망생들은 더 이상 총선에 나와선 안된다. 특히 의원직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거나 패거리 구태 정치를 일삼은 의원들도 정치 무대에서 퇴장해야 한다.
“나는 정치를 왜 하는가” 내년 총선을 향해 뛰는 정치인이라면 아주 근본적인 물음부터 스스로에게 던져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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