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엽 벤틀리 디렉터 “차 디자인, 슈퍼스타 아닌 팀이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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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0-15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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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벤틀리 외장 및 선행 디자인 총괄디렉터[사진=벤틀리]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한국인 디자이너가 영국 럭셔리 세단 브랜드 ‘벤틀리’를 통해 ‘한국의 한국에 의한 한국인을 위한 차’를 만들었다.

세상에 단 2대뿐인 플라잉 스퍼(Flying Spur) 코리아 에디션을 선보인 이상엽 벤틀리 외장 및 선행 디자인 총괄디렉터가 주인공이다.

지난 13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만난 그에게선 특유의 여유가 느껴졌다. 그는 이번 한정판 제작에 있어 벤틀리와 한국이 갖고 있는 ‘양면성’에 주목했다.

양면성의 조화는 이날 이상엽 디렉터의 의상에서도 잠깐 엿볼 수 있었다. 깔끔한 네이비 정장에 노타이로 공식석상이지만, 자유로운 모습을 추구했다. 정장에 신발은 당연히 어두운색 구두로 완성해야 할 것 같았지만 하얀색 운동화로 대신하는 반전을 줬다.

그는 우선 영국의 양면성에 주목했다. 영국은 신사의 나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공격적이고 진취적이다. 또 가장 큰 왕실문화와 서민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양면성이야 말로 영국을 가장 잘 표현 할 수 있는 단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벤틀리도 마찬가지다. 럭셔리 브랜드이면서 레이싱카로 시작한 근본을 잃지 않는 퍼포먼스를 추구하는 이 같은 양면성은 한국과 맞닿아 있다. 한국은 역동적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전통을 추구하고 정적이며 조용한 삶을 추구해 잘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상엽 벤틀리 외장 및 선행 디자인 총괄디렉터가 지난 13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벤틀리 플라잉 스퍼(Flying Spur) 코리아 에디션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벤틀리]


한국 소비자를 겨냥한 한정판인 만큼 그의 고심이 고스란히 담겼다. 한옥의 창살, 백자의 흰색, 청자의 상감기법 등 한국 전통의 멋과 감성을 군데군데 담았다. 가장 영국적이면서 한국문화에 잘 적응될 수 있는 디자인에 대해 고민한 결과다.

그는 이번 작품의 성공을 함께한 팀에게 돌렸다. 이 디렉터는 “벤틀리 뮬리너 담당 영국인 디자이너 3명과 함께 작업할 때 브레인스토밍을 많이 한 결과물”이라며 “슈퍼스타 디자이너는 믿지 않고, 필요도 없지만 슈퍼스타 ‘팀’은 있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디자인은 개인역량만 있는 스타플레이어 혼자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협업으로 이뤄진다는 의미다.

능력만 있다면 글로벌 브랜드에서 일하는 진입장벽은 높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디렉터는 “자동차 디자인을 하기 위해 굳이 해외 대학으로 갈 필요 없다”며 “예전에는 미국, 영국, 독일 등 학교 성격이 각각 다 달랐지만 이제 글로벌화돼 외국에서 하든, 한국에서 하든 연결고리가 있어 장소는 중요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나 인종보고 함께할 팀원을 뽑지 않는다”며 “개인의 소질과 미래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성공할 수 있는 강점으로는 ‘헝그리 정신’을 꼽았다. 이 디렉터는 “어떤 나라를 가도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있고, 전세계 15% 정도”라며 “유럽처럼 자동차 문화가 풍부한 곳에서 자란 친구들과 경쟁해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꾸준한 도전 하나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디렉터는 우람한 미국 정통 머슬카이자 영화 트랜스포머 ‘범블비’로 더 유명한 쉐보레 ‘카마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세계 자동차 및 디자인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제네럴모터스(GM)에서 1999년부터 2009년까지 근무한 뒤 2010년 폭스바겐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폭스바겐, 아우디, 스코다, 포르쉐 등 그룹 내 다양한 브랜드의 선행 디자인을 진행했고 지난 2012년 12월 벤틀리의 외관 및 선행 디자인 총괄 책임자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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