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가 투자자문사에 취업하는 이유는

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 A씨는 유가증권 상장사로 누구나 알 만한 B회사 오너 2세다. 청년백수나 다름 없지만,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호의호식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B회사 경영이 악화되면서 A씨는 취업을 결심한다.

회사가 매각돼 자칫 기득권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별한 재주는 없지만, 고된 노동이 싫은 A씨는 C투자자문사에 입사했다. 투자금 수백억원을 모아오는 대신 고액 연봉을 제공받는 '귀족 근로' 조건이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른바 '금수저'들이 잇달아 투자자문사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근로계약은 당사자간 자율이어서 법적인 문제도 없다.

합법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투자자문사는 자산운용사 보다 규모가 작아 관리·감독기관의 감시에서도 자유롭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최근에도 어느 한 분이 부모·가족 다 합쳐 200억원을 가져올테니 그 쪽에서는 나에게 어느정도 연봉을 줄 수 있느냐고 문의했다"며 "다른 자문사들도 이러한 제안을 똑같이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문사 입장에서도 이런 조건은 이득이다. 자문수수료 비중이 큰 재무구조를 감안할 때 수탁고가 늘면 그만큼 벌어들이는 수익도 증가한다. 서로 '윈윈'인 셈이다.

수탁고 규모를 떠나 투자자문사는 이런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구직자의 스펙도 문제되지 않는다. 구직자는 자산운용 업무가 아닌 사무관리 등 경영지원만 맡으면 되고, 출퇴근도 자유롭다.

투자자문사 중 대기업 오너 일가가 최다 출자자인 곳도 더러 있다. 회삿돈을 밀어줘도 위법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0년 135개이던 투자자문사 수는 이듬해 158개로 늘었고, 올해 11월19일 현재 172개에 달한다.

김규원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부모 세대의 영향이 직접적으로 자녀에게까지 미치는 것은 선진 자본시장에서는 맞지 않고, 이런 폐단은 장기적으로 체제 안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부의 축적에 대한 공명성과 투명성이 담보돼야 사회 발전 성숙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