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구진, 태양빛 흡수해 물 바로 끓이는 고효율 메타필름 개발

(제일 왼쪽)정렬된 수직 나노 기공을 갖는 양극 산화 알루미늄 기판을 자가 응집된 나노선 어레이 구조로 만들고 위에 금을 증착해 블랙 골드 필름 제작하는 공정 모식도. (오른쪽 위)수직 나노 기공을 갖는 양극 산화 알루미늄과 자가 응집 산화 알루미늄 나노선 어레이. (오른쪽 아래) 그 단면도의 주사 전자 현미경 이미지. [그림=미래부 제공]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국내 연구진이 태양빛을 대부분 흡수해 나노 크기 수준으로 모으는 플라즈모닉 블랙 골드 메타 필름을 개발, 별도의 집광 과정 없이 순식간에 증기를 발생시키는 데 성공하였다고 미래창조과학부가 29일 밝혔다. 태양광을 이용하는 증기 발전, 증기 살균 및 해수 담수화 장치 등의 효율과 친환경 핵심 기술로 널리 활용될 전망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가뭄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플라즈모닉 블랙 골드 메타 필름은 광대역 태양빛을 흡수해 검은색을 띄는 금-산화 알루미늄 나노 구조체 필름을 말한다.

친환경 태양 에너지를 활용해 증기를 발생시키는 기술은 태양열 발전, 해수 담수화 분야 등에 널리 활용돼 왔다. 최근에는 증기 발생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 변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전 영역에 걸쳐 태양빛을 효율적으로 흡수하는 소재와 방법들이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다.

특히, 플라즈모닉 금속 나노 구조(빛에 전자가 공명하여 주변 에너지를 강화시키는 나노 구조)는 높은 광 흡수율을 가지며, 별도의 집광과정 없이 빛과 열에너지를 나노 크기의 국소 영역에 집중시킬 수 있어 태양광-열 변환 기술로써의 높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

김경식 연세대 교수 연구팀은 먼저 알루미늄 기판 위에 매우 얇고 긴 산화 알루미늄 나노선들을 만들었다. 이어 세척과 건조의 과정을 거치면서 나노선들이 모세관력에 의해 서로 응집해 여러 개의 산과 골짜기가 반복되는 모양의 구조체가 형성됨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구조체에 금을 씌우면 플라즈모닉 나노포커싱(용어 설명 참고) 현상에 의해 광대역의 빛을 완전하게 흡수하고 나노 크기로 모아 열로 변환시킬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것을 발견했다. 광대역 흡수 특성으로 인해 검은 색을 띄는 금인 ‘블랙 골드’가 된다.

플라즈모닉 나노포커싱 현상을 일으키는 금속-유전체 나노 구조를 다공성 테이프로 옮겨, 구멍을 통해 물 공급이 가능한 박막 블랙 골드 멤브레인을 제작했다. 블랙 골드 나노 구조는 넓은 영역의 태양빛을 매우 효율적으로 흡수함으로써 뜨거워지게 되며, 이로 인해 발생한 열에너지가 다시 주변의 물로 전달되며 증기를 생성한다.

수면 위에 띄운 다공성 멤브레인은 집광 현상이 일어나는 플라즈모닉 나노포커싱 구조 근처로 물을 지속적으로 끌어 올리는 역할과 더불어 멤브레인(용어 설명 참고) 아래의 물을 통한 열손실을 막아줌으로써 증기 발생 효율을 크게 향상시킨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한 블랙 골드 필름의 태양광 영역에서의 흡수율은 약 91%였으며, 태양광으로부터의 증기 생성 효율(단위 제곱미터에서 시간당 최대 16kg의 증기 생성)은 실험적으로 최대 57%까지 얻을 수 있었다. 기존 연구에서 최대 증기생성 효율은 24%였다.

김 교수는 “금속 메타필름은 비용이 저렴하고 별도의 복잡한 시스템이 필요 없어 소형화 또는 대면적 제작에 용이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장점을 갖추고 있다”면서 “산업적 활용을 위해 비용을 더 절감해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앞으로 더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자연과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14일자에 실렸다.


☞ 플라즈모닉 나노포커싱(plasmonic nanofocusing)
금속 또는 금속-유전체 나노 구조의 작은 공간에 빛을 집중시키는 것을 말한다.

☞ 멤브레인
특정성분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킴으로써 혼합물을 분리할 수 있는 액체 혹은 고체의 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