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한국 경제가 작년과 같지는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16일 중국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린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개소식에 한국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유 부총리는 이날 저녁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에는 한국 경제가 미처 예상치 못한 타격으로 휘청했다며 메르스 사태와 유가하락을 들었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중국 유커들의 방문이 급속히 줄었고 우리 국민의 내수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고 그는 말했다. 메르스 이후 제주공항에 적막감이 감도는 것을 보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유 부총리는 또 유가하락으로 해외수요가 줄면서 수출이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주된 요인이 됐다고 지적하고 올해는 한국 경제가 이런 유가상황에 어느정도 적응을 하고 있고 대(對) 이란 제재가 풀리면서 해외건설이나 수출에도 조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3.1%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한국은행의 3.0%, 민간 연구기관의 2%대 중후반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선진국의 경기회복이 중국의 성장 둔화를 얼마나 커버할 수 있을지가 올해 수출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성장둔화에 대해서도 경착륙을 우려하지는 않고 있으며 '소프트랜딩'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6%대 성장도 쉽지 않은 것이라면서 중국은 여전히 경기부양을 위한 다양한 수단을 갖고 있으며 경착륙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이 수출에서 내수로 경제정책의 중심이 이전하면서 한국에게도 기회가 되고 있다면서 가전이나 화장품, 농산물 등 제품은 한국이 경쟁력 우위에 있으며 중국 시장을 파고들 여지가 많다고 기대했다.
올해 산업부문의 구조개혁과 관련해서는 한국 경제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불가피하다면서 해운, 조선 등 일부 업종은 경쟁력 저하가 문제가 되고 있으며 작은 것은 채권단이 하겠지만 덩치가 큰 부문은 협의체 형식으로 하는 게 맞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해운, 조선, 철강, 건설 등을 구조조정 대상 업종으로 꼽고 있다.
유 부총리는 또 AIIB가 추진하는 인프라 건설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 기업들이 국제적 인프라 투자와 관련한 유용한 정보들을 더욱 많이 활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내달 중순쯤 다섯 명의 부총재를 선출하는데 한국이 여기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부총재뿐 아니라 다른 고위직에도 많이 진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AIIB를 통한 비회원국, 특히 북한에 대한 지원이 가능한가에 대한 질의에 대해서는 현단계에서 논의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이에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AIIB 개회식에 에서 역내 회원국을 대표해 축사를 하면서 AIIB는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아시아 지역의 부족한 투자자금을 메우고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 아시아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주도할 견인차가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또 "중국의 대문호 루쉰(魯迅)은 '고향'이라는 소설에서 '애초에 길은 없었다. 많은 사람이 걸으면 그것이 길이 된다'고 말했다"며 "2년 전 AIIB가 걷기 시작한 좁은 오솔길이 많은 사람이 같이 걸으면서 넓은 길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취임한 유 부총리가 국외출장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 부총리는 방중 기간 중 러우지웨이(樓繼偉) 중국 재정부장과 만나 최근 불확실성이 확대된 동북아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협의하고, 진리췬 (金立群)총재와도 한국 인재의 AIIB 진출 확대, 한국 기업, 금융기관과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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