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 스틸하트(Steelheart)의 밀젠코 마티예비치(Miljenko Matijevic) 역시 ‘한국 사랑’이 뜨겁기 때문이다.
“한국 무대는 내 삶의 시작점입니다.” 인터뷰 초반, 밀젠코의 수줍은 고백에 진정성이 느껴졌다.
밀젠코가 부른 세계적인 명곡 ‘쉬즈 곤(She's Gone)’ 은 1990년에 발표된 ‘올드 송’이다. 아무리 좋은 히트곡도 세월이 지나면 잊히는 법. 하지만 한국에서만큼은 26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다.
지구 반대편 유고슬라비아에서 태어난 파란 눈의 이방인 밀젠코는 이런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 ‘쉬즈 곤’을 좋아하는 팬들은 전 세계적으로 많아요. 하지만 한국 팬들처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소통하는 팬들은 드물죠. 그래서 한국에 더욱 애착이 갑니다. 얼마 전에도 어떤 한국 팬 분이 오셔서 ‘당신은 나의 영웅’이라며 안아주셨는데 너무 기뻤어요.”
밀젠코의 ‘한국 사랑’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에는 국내 연예 기획사 배드보스 컴퍼니와 전속계약까지 맺었다. 이 소속사에는 가수 미나, 룰라 김지현 등이 소속돼 있다.
국내 소속사와의 계약으로 한국 활동에 힘을 얻은 밀젠코는 지난달 28일 방송된 MBC '일밤-복면가왕'에 '과묵한 번개맨'으로 깜짝 출연했다. 그는 이날 무대에서 불세출(不世出)의 범접 할 수 없는 가창력을 선보였다. 방송 직 후 각종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게시판은 난리가 났다. 역대 급 보컬 무대에 팬들은 다시 한 번 열광했다.
“한국 무대에 설 때면 행복감을 느껴요. 특히 이번 ‘복면가왕’ 무대를 위해 한국어 노래들을 두 달 동안 연습했어요. 저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죠. 하지만 항상 무대 위에서 팬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출연을 결심했고, 정말 열심히 연습 했습니다. 방송 후 반응이 좋아서 정말 기쁩니다.”
밀첸코는 1964년 생. 한국나이로 53살이다. 하지만 밀첸코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말한다.
“I'm 33 years old.(전 33살입니다)” 밀젠코의 위트 있는 나이(?) 고백에 웃음이 났다.
“음악을 하는 것에는 나이가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팬들과 음악으로 소통하고 싶다는 열정만 있다면 세월이 흘러도 젊게 살아 갈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쾌한 밀젠코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과거 2집 앨범을 발표했던 시기에 밀젠코는 공연 도중 조명장비가 머리에 떨어져 큰 부상을 입었다. 그리고 그는 7개월 동안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생사가 오고 가는 상황이었다.
더 큰 시련은 이후 찾아왔다. 어머니와 형이 같은 해에 세상을 떠난 것. 심지어 그해 아내와 이혼까지 했다.
“무대에서 큰 부상을 당한 후 어머니와 동생이 세상을 떠나고, 이혼까지 했을 때 정말 힘들었어요.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 했죠. 하지만 음악만이 살 길이었어요. 음악과 팬들이 있었기에 견딜 수 있었습니다.”
밀젠코에게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겪게 해 준 노래는 ‘쉬즈곤’이다. 밀젠코에게 이 노래는 어떤 의미일까?
“‘쉬즈곤’은 내 삶의 일부분이에요. 이 자리에 설수 있게 해준 곡이기도 하죠. 아직도 이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최정상의 인기와 인생의 나락(奈落)을 모두 경험한 밀젠코에게 이제 한국은 새시작을 알리는 기회의 땅이다.
“무대에서는 제가 왕입니다. 어떤 것도 음악을 위해서라면 하지 못할 일이 없어요. 제 음악과 무대를 사랑해 주는 한국은 제2의 인생을 시작 할 수 있는 감사한 곳입니다. 이곳에서 인생의 시작점을 만들겠습니다. 응원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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