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이세돌 9단의 10대 때와 같은 저돌적인 전략도 소용이 없었다. 대국 초반부터 거칠게 알파고를 몰아붙였지만 도무지 무너지지가 않았다. 결국, 인간 대표로 나선 이세돌 9단은 3연패로 무릎을 꿇었다.
12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 특별 대국장에서는 바둑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세 번째 대국이 열렸다.
중국 규칙에 따라 진행되는 이번 대회는 백에게 덤 7집반을 준다. 이세돌 9단은 5번기 제3국에서 흑돌을 쥐었다. 제1국에서는 흑돌을 잡았던 이세돌 9단은 제2국에서는 백돌로 알파고와 대결을 펼친 바 있다.
알파고는 32수에서 ‘인간이 생각하지 않는’ 착점에 묘수를 뒀다. 이후 이세돌 9단은 잠시 휴식을 취하며 장고에 들어가기도 했다.
집바둑으로는 알파고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이세돌은 좌상귀에서 중앙으로 뻗어 나온 백 대마를 노리면서 우변의 부실한 백 모양도 호시탐탐 노렸다. 하지만 알파고는 좌상귀 백마와 우변 백집을 모두 깔끔하게 수습하고 우세를 확립했다.
이세돌은 마지막 승부수로 하변 백집에 특공대를 투입했다. 그동안 알파고가 꺼렸던 패를 만드는 데 성공했으나 문제는 팻감이었다. 처음에 패를 망설이던 알파고는 위기를 느끼자 정확하게 자체 팻감까지 쓰며 흑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세돌은 팻감 부족으로 더는 해볼 곳이 없자 또 돌을 던지고 말았다.
한편, 알파고는 이번 승리로 인공지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특히, 우주의 원자보다 많은 복잡성으로 컴퓨터가 정복하기 가장 어려운 게임으로 여겨졌던 바둑을 정복함으로써 인공지능의 진출 분야를 더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5판 3선승제에서 3연승을 달린 알파고는 우승 상금 100만 달러(약 11억원)도 차지했다. 상금은 유니세프와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제4·5국은 오는 13일과 15일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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