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현대상선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채권단이 22일 오후 개최한 회의에서는 현대상선의 채무와 이자를 3개월간 유예하는 방안에 대해 이견이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신규 자금 지원 등 자율협약 여부는 현대상선이 용선료(선박 이용료) 재협상을 마무리한 후 논의하기로 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이날 오후 채권자 실무회의를 열고 현대상선의 조건부 자율협약 안건을 부의했다. 앞서 현대상선은 지속되는 경영 악화로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정상화를 위한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자율협약)을 신청한 바 있다.
이날 회의에서 채권단은 조건부 자율협약 안건과 함께 현대상선이 그간 발표했던 자구계획안의 진행상황 등을 살펴봤다. 특히 채권단은 현대상선에 대한 1조2000억원 규모의 원금과 이자를 3개월간 유예하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신규자금 지원 및 본격적인 자율협약은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 협상에 성공하고, 모든 채권자의 공평한 채무재조정을 전제로 추진하는 조건을 걸었다. 채권단은 이날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오는 29일 자율협약 개시 결정을 한다는 방침이다.
산은 관계자는 "현대상선에 대한 이번 조건부 자율협약 추진은 회사 자구안 및 해외 선주와의 용선료 조정 협상 등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 금융기관들이 사채권자 채무재조정 등을 통한 회사의 정상화를 적극 뒷받침하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17일 열린 사채권자 집회가 부결된 것과 관련해선 "과거 사례에 비춰 봤을 때 구조조정 과정에서 통상 겪는 진통이며 현대상선의 정상화 추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용선료 협상 성사가 가시화되는 시점 등을 보아가며 적절한 시기에 모든 회차의 공모사채에 대한 사채권자 집회를 개최, 형평성 있는 채무조정안을 도출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이날 모든 채권단들이 현대상선의 채무유예에 동의 함에 따라, 사실상 현대상선의 자율협약 개시가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점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자율협약 개시에 대한 결정은 채권단이 일주일간 더 논의를 하고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다만 자율협약이 개시된다 해도 조건부 자율협약이기 때문에, 용선료 협상이나 사채권자 만기 연장 등의 협상이 하나라도 무산되면 자율협약은 바로 종료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신용평가는 이날 현대상선의 무보증회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B-'에서 'CCC'로 하향조정하고 신용등급 '하향조정 검토' 대상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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