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헌 변호사 "재판 과오로 얼룩진 과거 잊지 말아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6-03-27 13:2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 펴내…정의에 눈감는 사법부, 변호인의 쓸모 등 기록자·증언자로서의 고민 담아

한승헌 변호사는 지난 22일 열린 ‘재판으로 본 한국 현대사’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재판 과오로 얼룩진 과거사를 망각하지 말자고 강조했다. [사진=창비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재판과 법정이 정의를 외면하는 세상에서 변호인의 쓸모가 과연 무엇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럴수록 잘못된 재판을 법정 밖으로 끌어내 많은 동시대인과 후대에 알려야겠다 싶었다. 그게 바로 기록자, 증언자로서의 역할이다."

한승헌(82) 변호사(전 감사원장)는 지난 22일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창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책은 50여 년간 시국사건과 양심수를 변호해온 인권변호사 한승헌이 한국현대사의 맥락을 따라 17건의 정치재판을 소개한 책이다. 책에는 동백림 사건, 대통령긴급조치 1호 사건, 인혁당 사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등 굵직굵직한 현대사의 줄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중에는 한 변호사가 변호인·피고인으로 관여한 사건도 포함되어 있다.

그는 가장 잊을 수 없는 사건으로 1974년 긴급조치 4호 위반 사건을 꼽았다. 당시 그는 민혁당 사건으로 사형 당한 여정남씨의 변호인이었다. 그는 "제가 그동안 변호했던 사람들은 전부 징역에 갔는데,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 여정남이었다"며 "한 번 이승을 떠난 사람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으니까 늘 가슴에 맺힌다"고 회상했다.
 

'재판으로 본 한국현대사'.[사진=창비 제공]


그는 "과거 재판부는 권력의 외부 작용 때문에 양심을 속일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겉으로 보이는 외부 작용이 없는데도 법원과 법관 스스로 권력의 표정을 살피는 판결이 나온다. 대단히 위험한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촛불시위 때 사건 몰아주기로 물의를 일으킨 사람(신영철)은 대법관까지 돼 임기를 마치는데, 전향적 판결을 내린 판사는 좌천을 당한다"며 "법원이 권력자의 편을 드는 것을 넘어, 그 스스로 권력자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책을 낼 때마다 서두에 '국민의 망각을 방지해야 한다'고 쓰는 그는 "기록자, 증언자로서 나의 작은 노력이 우리 국민의 '망각 방지'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