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전 세계가 식량위기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정치·지정학적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가 식량 부족의 원인이라는 점이 위협적인 상황이다.
21세기 이후 전 세계는 2007년, 10년, 12년 등 3번의 식량위기를 겪었다. 20세기 이전에도 식량위기는 발생했으나 문제는 최근 10년내 발생한 식량 위기는 과거와는 다른 원인으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오일쇼크로 인한 생산비의 급격한 상승과 식량 수출국들의 식량무기화 등으로 발생했다면 최근의 식량 위기는 중국, 인도 등 인구가 많은 신흥 경제 대국의 육류 소비 증가, 곡물을 이용한 바이오 연료 사용 급증, 지구 온난화 등 기상이변에 따른 공급 부족이 주류를 이룬다. 구조적인 문제라는 의미다.
농협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세계 평균 곡물 소비량은 20억3740만t으로 생산량 20억2590만t을 1140만t 넘어선다.
곡물재고량 역시 1990년대 평균 5억1240만t에서 2000년대 이후 4억4070만t으로 7200만t이나 줄었다. 이에 따른 곡물재고율도 같은 기간 28.7%에서 21.7%로 7.0%포인트나 줄었다.
세계식량기구(FAO)가 권고한 최저 수준은 17%에 점차 근접하고 있는 위기 상황이다.
식량부족의 원인 중 첫번째는 육류 소비에 따른 곡물 수요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인구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의 육류 소비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사료 곡물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실제로 2006~11년 사이 중국과 인도의 사료용 옥수수 소비량은 각각 4.7%, 7.1%로 2001~05년 평균 증가율보다 각각 2.5배, 2.3배 올랐다.
식량 부족의 다른 이유는 바이오 연료 생산에 기인한다.
2006~11년 사이 전 세계 바이오 에탄올 생산량은 1057억 갤런으로 2005~6년 325억 갤런보다 3배 더 많이 생산됐다.
특히 미국의 경우 2011년 소비된 옥수수의 44.7%가 에탄올 생산에 투입됐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기후 변화에 의한 식량 생산 감소다. 도시화, 사막화 등으로 곡물 생산을 위한 농지가 지속적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FAO는 지난 10일 전 세계 34개국이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도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FAO는 이들 나라에서 식량 부족 사태가 발생한 원인으로 엘니뇨 현상에 따른 가뭄과 홍수, 전쟁 등을 지적했다.
엘니뇨에 따른 가뭄으로 아프리카 중부와 남부, 그리고 카리브해 국가들의 올해 작황 전망이 크게 낮아졌으며 시리아와 예멘, 소말리아 등은 계속되는 내전으로 인해 농작물 수확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원인 등으로 공급은 점차 줄어드는 데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세계 인구는 2050년에는 90억명에 달할 전망으로 전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약 70%의 농산물 추가 생산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사료곡물을 대체하는 조사료 자원의 발굴이 시급하고, 한정된 농지에서 생산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또한 전 세계가 이상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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