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시진핑 방북에 트럼프 변수 주목… 중, 러 견제 포석도

  • 7년 만의 평양행… 닛케이 "북한은 트럼프 의중 파악"

  • 요미우리 "두만강 통한 동해 진출 협의 가능성"


  • 아사히 "북한 노동자, 중국보다 러시아 선호"

작년 9월 베이징에서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작년 9월 베이징에서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7년 만의 북한 방문을 두고 일본 언론은 북중 우호 과시 이면의 복합적인 전략 계산에 주목했다. 북한이 러시아와 급속히 가까워진 가운데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영향력을 다시 확보하려 하고,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북 대화 재개 가능성과 대북 구상을 살피려 한다고 봤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시 주석이 8~9일 국빈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한다고 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늠하려는 북한과 북핵 문제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중국의 계산이 맞물렸다"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밀착할 때마다 그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 변수가 있었다고 짚었다. 시 주석의 직전 방북은 2019년 6월이었다. 당시 시 주석의 방북 열흘 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했고,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과 세 번째 미북 정상 간 회동을 했다.

이번에도 북한은 자국의 핵 개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게 닛케이의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여전히 북한 비핵화지만, 북한으로서는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 보유 현실을 언급한 것만으로도 큰 진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비핵화를 둘러싼 신경전도 이번 회담의 핵심 변수다. 5월 미중 정상회담 뒤 미국은 양국이 북한 비핵화 공동 목표를 확인했다고 발표했지만, 중국 측 발표에는 비핵화 언급이 없었다. 아사히신문은 시 주석이 지난해 9월 북중 회담과 올해 5월 미중 회담의 공개 발언에서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고 전했다. 방북 직전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이 담화에서 비핵화 논의에 선을 긋고 핵보유국 지위를 재확인한 가운데, 아사히신문은 시 주석이 미·북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지도 주목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러시아 쪽으로 과도하게 기우는 상황도 부담이다.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무기와 병력을 지원하며 에너지와 식량, 군사기술 지원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중국이 한반도 안정을 중시하는 동시에 북한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러시아의 영향력이 더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북핵 문제에서 주도권을 쥐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아사히신문도 중국이 북한의 러시아 편중을 경계하고 있다며 경제 지원을 강화해 북한을 다시 자국 영향권 안에 묶어두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북한 통해 동해 진출하나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회담에서 중국 선박이 두만강을 통해 동해로 나가는 해상 통로를 확보하는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두만강 하류 약 15㎞는 러시아와 북한 영토 사이를 지나기 때문에 중국 선박이 자유롭게 동해로 나가기 어렵다. 중국에서는 동해로 나갈 수 있는 권리를 '출해권'으로 부르며 동북부 지린성 등의 개발과 연결해 기대를 걸고 있다.

요미우리는 중국이 이 통로를 이용해 소형 군용선 등을 운용할 수 있게 되면 한국과 일본을 겨냥한 군사·안보상 이점도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이 이번 방북에서 북한의 동의를 끌어낸다면 중국으로서는 외교적 성과가 될 수 있으며, 북·중·러 3국의 본격적인 실무 협의가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요미우리는 두만강에 놓인 다리들의 높이가 수면에서 약 10m에 불과해 중국 대형선은 지나기 어렵다는 점 등 실현까지 과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간 차원에서는 회복 신호와 한계가 엇갈린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올해 1~4월 북중 교역액은 약 9억9000만 달러로 2019년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많았고, 3월에는 베이징~평양 국제열차가 약 6년 만에 재개됐다. 다만 노동자와 관광 등 인적 교류는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러시아가 중국의 두 배가량 되는 임금을 제시하면서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로 우선 배치되는 흐름이 생겼고, 중국 동북부의 북한식당과 공장들은 인력난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선양의 한 북한식당은 코로나19 이전 10여 명이던 북한 여성 종업원이 최근 4명으로 줄었고, 인력 부족으로 공연도 재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담의 최대 관건은 중국이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대하느냐 여부이다. 아사히신문은 중국이 비핵화를 분명히 압박하지 않으면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더 속도를 낼 수 있고, 이 경우 한국과 일본의 안보 환경이 악화할 수 있다고 봤다. 시 주석은 방북에 앞서 노동신문에 실은 기고문에서 '군국주의 부활'에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아사히신문은 이를 일본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했다. 남북 대화를 추진하는 한국 정부도 이번 회담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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