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약 값 내리자 다이어트 처방 늘어난다?…日 '마운자로' 역설

  • 스마트폰으로 진료·처방·배송… 온라인 미용의료가 키웠다

  • 의료비 아끼려던 약가 인하가 되레 부담으로 돌아온다?

마운자로사진로이터연합뉴스
마운자로[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에서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의 약가가 8월부터 25% 내려간다. 이에 당뇨병 환자의 부담은 줄지만, 미용·다이어트 목적의 마운자로 처방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마운자로는 미국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2형 당뇨병 치료제로 일본에서는 2022년 승인됐다. 소화관 호르몬인 인크레틴의 작용을 모방해 식욕을 억제하고 혈당을 낮춘다. 체중 감소 효과가 알려지면서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미용 목적으로 쓰는 사례가 늘었다.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된 약을 체중 감량에 쓰는 '허가 외 사용'이다.

일본에서는 이런 허가 외 처방도 의사의 전문적 판단에 따른 재량으로 인정된다. 다만 공적 의료보험은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비용 전액을 부담하는 '자유진료'가 된다. 한국의 비급여 진료와 비슷한 구조다. 행정당국이 자유진료를 직접 규제할 법적 근거도 제한적이다.

같은 성분의 비만증 치료제가 따로 있는데도 미용 현장에서는 마운자로가 널리 처방되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마운자로와 같은 성분으로 만든 비만증 치료제 '젭바운드'도 판매하지만, 젭바운드는 후생노동성의 최적사용추진 가이드라인 대상이어서 처방할 수 있는 의료기관에 일정한 조건이 붙는다. 마운자로에는 이런 제약이 없다. 도매업체의 납품가격도 젭바운드보다 싸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팔린 마운자로 가운데 미용·다이어트 목적으로 처방된 물량은 얼마나 될까. 정확한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판매 통계를 비교하면 대략적인 윤곽을 알 수 있다. 미국 조사기관 IQVIA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일본의 마운자로 매출은 약가 기준 388억 엔(약 3450억 원)으로, 의료용 의약품 가운데 3위였다. 월평균으로는 약 130억 엔이다. 반면 보험진료분만 집계하는 후생노동성 내셔널데이터베이스(NDB)를 토대로 추산한 월평균 판매액은 약 83억∼125억 엔이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두 통계의 차이를 고려하면 자유진료용 판매액이 월 최대 50억 엔가량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마운자로의 자유진료 시장이 이처럼 커진 데는 진료부터 처방, 배송까지 온라인으로 끝낼 수 있는 일본의 온라인 진료 구조가 결정적이었다. 환자는 의료기관을 직접 찾거나 대면 검사를 받지 않고도 스마트폰으로 진료와 처방을 받고 약을 배송받을 수 있다. 이용 절차가 간편한 데다 가격 부담도 낮다. 온라인 진료 서비스 '다이어트 뷰티'는 마운자로 처방 비용을 월 1만8000엔부터라고 내걸었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대규모 설비 투자 없이 온라인 처방 중심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어 시장에 진입하기 쉽다. 일본 미용의료 시장 자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시장 규모는 2020년 이후 약 1.6배로 불어나 2024년 6310억 엔에 달했다.

이처럼 마운자로 판매가 급증하자 일본 정부는 8월부터 약가를 25% 내리기로 했다. 보험 적용 의약품의 매출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 약가를 인하하는 '지속가능성 특례 가격조정'을 적용한 결과다. 당뇨병 환자와 건강보험 재정의 부담을 줄이려는 조치지만, 미용 목적의 자유진료 시장에서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약가 인하 부작용 우려 


문제는 약가 인하 효과가 보험진료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의약품은 제조사에서 도매업체를 거쳐 의료기관에 공급된다. 도매업체는 마운자로가 당뇨병 치료를 위한 보험진료에 쓰이는지, 미용 목적의 자유진료에 쓰이는지 구분하지 않고 납품한다. 약가가 내려가면 미용 클리닉의 매입가격도 함께 낮아질 수 있다. 마미야 히로아키 리쓰메이칸대 부교수는 의료비를 줄이기 위한 약가 인하가 오히려 자유진료 시장에서 마운자로의 미용 목적 사용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클리닉이 매입가격 하락분을 환자 가격에 반영하면 접근성이 높아지고, 기존 가격을 유지하면 수익성이 개선돼 처방을 확대할 유인도 커진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부작용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도쿄에서 진료소를 운영하는 40대 소화기내과 의사는 속이 더부룩하고 메스껍다는 젊은 여성 환자 3명을 잇달아 진료했다. 위내시경 검사 결과 3명 모두 전날 저녁에 먹은 음식이 위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마운자로에는 소화관 운동을 늦추는 작용이 있다. 이 의사는 3명의 증상이 모두 마운자로 사용과 관련이 있다고 봤다.

부작용은 가볍지 않다. 메스꺼움과 권태감은 물론 급성 췌장염 같은 중증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당뇨병 환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이 장기간 투여받았을 때의 영향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 의사는 "약으로 식욕을 억제하면 섭식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후생노동성은 6월 16일 의료기관에 적정 사용을 요청하는 통지를 내렸다.

부작용 자체도 문제지만, 그 치료비를 누가 부담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자유진료로 처방받은 마운자로의 약값은 환자가 전액 부담하지만, 부작용 치료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될 수 있다. 약가 인하로 미용 클리닉의 수익은 늘 수 있는 반면, 건강 피해에 따른 치료비는 공적 보험이 떠안게 돼 의료비를 아끼려던 조치가 새로운 부담을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의사는 "후생노동성이 적정 사용을 요청하는 통지만 내서는 부족하다. 부적절한 처방을 한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 같은 구체적인 제재가 없으면 미용 목적 처방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보건복지부가 2024년 12월부터 비만 치료제를 비대면 처방 제한 대상에 넣어, 진료부터 처방, 배송까지 온라인으로 끝나는 일본식 구조가 확산할 여지가 작다. 다만 미용 목적의 비급여 처방이 늘어나는 흐름은 한국도 다르지 않다. 약값을 낮추는 정책이 오남용을 부추기고 그 부작용 치료비를 공적 보험이 떠안는 일본의 역설은 남의 일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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