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이달 1일 오후 서울 강남역 주변 한 정류장에 수 십명의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얼마 뒤 고풍스럽고 아기자기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3대의 트롤리버스가 나란히 등장했다.
이날은 그간 단절됐던 서울시티투어버스의 강북 및 강남노선이 환승 형태로 이어진 운행 첫 날이었다. 현장에는 온라인 공모로 선정된 외국인, 다문화가정, 소외계층 등 100여 명의 시승 체험단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곧 트롤리버스의 출발을 알리는 우렁찬 엔진 소리가 울려퍼졌다. 한참 기다린 시민들은 기대감을 안고 차례로 버스에 몸을 실었다. 강남순환코스는 1시간10분 정도 걸리는 20㎞ 구간을 달렸다.
트롤리버스는 유럽의 전차를 연상시키는 멋스러운 외관과 아늑한 내부로 이국적인 느낌을 연출했다. 1900년대 미국과 유럽에 널리 보급됐던 무궤도 전차인 트롤리버스를 미국 포드사에서 그대로 재현해냈다.
특히 내부 디자인은 이탈리아 장인의 손길로 만들어진 만큼 참나무 외벽과 의자, 가죽손잡이, 황동 기둥은 고급스러움 그 자체였다. 또한 4개 국어(한·중·일·영)로 정보를 알려주는 다국어 음성안내시스템도 눈에 띄었다.
지나던 시민들은 트롤리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고 호기심 가득찬 눈빛으로 화답했다. 다시 말해 디자인 측면에서는 관광객의 눈길을 붙잡기에 충분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개선해야 할 점도 적지 않았다. 불편한 승차감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40대 주부 A씨(강북구)는 "딱딱한 의자로 인해 앉아서 관광하는 1시간 내내 허리통증이 이어졌다. 만일 고령의 어르신들이 탄다면 오래 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학원생 B씨는 "일반버스와 달리 창문을 위·아래로 열 수 있도록 했지만, 이때 중간부분의 길이 3~4㎝ 가량 검은색 띠가 시야를 가려 크게 신경쓰였다"고 지적했다.
실제 트롤리버스가 도로를 달릴 땐 차체의 흔들림이 심해 몸 조차 제대로 가누기 힘들었다. 다만 좌석에 안전벨트가 있었지만 그 충격을 다 흡수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서울시티투어버스는 관광객들에게 즐거움과 편의성 두 가지를 모두 제공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며 "멋진 디자인도 좋지만 무엇보다 이용객 불편함을 최소화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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