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中企 벤처 정부보조금...제2의 모뉴엘 사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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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0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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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창성 더벤처스 대표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가 수십억원의 정부 보조금을 편취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벤처 1세대'이자 '엔젤투자가'로 유명한 호 대표가 구속되면서 정부의 허술한 보조금 운용 시스템이 또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사상초유의 금융사고였던 '모뉴엘 사태'가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6일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양인철 부장검사)에 따르면 호 대표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스타트업 5곳으로부터 중소기업청의 '팁스(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 지원사업)' 보조금을 받아주겠다며 총 30억여원 상당의 지분을 무상으로 받아 챙긴 혐의로 지난 4일 구속됐다.

팁스는 운영사로 선정된 엔젤투자회사가 벤처기업에 1억원을 투자하면 중소기업청이 연구개발비 등 명목으로 최대 9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더벤처스는 2014년 중기청으로부터 운영사로 선정돼 총 6개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호 대표는 5개 업체에 투자와 보조금을 빌미로 지분 양도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무상으로 지분을 양도받은 것을 숨기고 투자계약서를 허위로 꾸며 정부 보조금 20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있다.

이처럼 허술한 정부보조금을 악용하는 사례는 해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보조금 비리와 관련해서 1225명이 단속됐으며, 유용 사례가 적발된 보조금은 2000억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모뉴엘 사건은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PC제조사 모뉴엘은 수출입은행의 '히든챔피언 제도'를 악용, 분식회계와 수출서류 위조 등을 통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5년여에 걸쳐 3조2000억원 규모의 대출사기를 벌였다.

이후 모뉴엘의 보증기관과 대출을 담당한 시중 은행들은 '부실대출'이라는 맹비난속에 홍역을 치룬 바 있다. 무엇보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금융당국의 형식적인 서류 절차 및 허술한 심사절차 과정이 밝혀지면서 질타를 받았다.

혐의를 받고 있는 호 대표 사건 역시 자본여건이 취약한 스타트업의 심리를 이용하고, 정부의 국가보조금을 악용했다는 점에서 모뉴엘 사태와 궤를 같이한다. 이에 대해 중기청 관계자는 "아직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태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스타트업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이 정기적으로 실사를 나서는 등 현행 정부의 국가 보조금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다양한 창업 지원프로그램을 내놓는 것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닌, 꼼꼼한 사후관리를 통해 줄줄새는 혈새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10년 사이 벤처업계가 성장하면서 '중간관리자'를 자처하는 액셀러레이터와 엔젤투자자들 또한 급증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정부 보조금과 지원금을 목표로 자본여건이 취약한 스타트업을 이용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더벤처스측은 호 대표의 무상 지분 양도와 보조금 탈취 혐의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더벤처스 관계자는 "(호 대표는) 정부의 팁스 선정을 대가로 스타트업에게 무상으로 지분을 요구하거나 양도받은 적이 없고 허위계약서를 꾸며 보조금을 가로채지도 않았다”며 “관련 혐의는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므로 추후 법적 공방을 통해 진실을 입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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