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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4등'에서 비운의 수영 천재 광수 역을 열연한 배우 박해준이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4월 13일 개봉한 영화 ‘4등’(감독 정지우·제작 정지우필름·제공 배급 ㈜프레인글로벌·배급 CGV아트하우스)은 재능은 있지만 만년 4등인 수영 선수 준호(유재상 분)가 1등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엄마로 인해 새로운 수영 코치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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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4등'에서 비운의 수영 천재 광수 역을 열연한 배우 박해준이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100% 만족하는 영화예요. 찍을 때도 그랬죠. 배우들과 감독님의 호흡이 아주 좋았어요. 완성도 면에서도 훌륭하죠. 메시지도 명확하고 생각과 질문을 많이 던질 수 있어서 좋았어요.”
어느 주연배우가 작품에 대한 애정이 없겠느냐마는 박해준의 ‘4등’ 사랑은 그야말로 각별했다.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면, 어김없이 눈이 빛났고 또 자신감으로 점철된 단어들이 쏟아지곤 했으니까.
“우리 영화는 판타지는 부족할 수 있지만 공감할 수 있는 친숙한 이야기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연기하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고 모든 캐릭터에 정이 갔죠.”
이번 작품에서 박해준은 수영코치 광수 역을 맡았다. 광수는 16년 전 아시아 신기록까지 달성하며 세간의 관심을 받았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아시아게임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 비운의 수영선수다.
“광수는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에요. 하지만 타고난 재능을 가졌다고 다 성공하란 법은 없죠. 또 기고만장하면서 자유로운 성격을 가졌기 때문에 반성이나 뉘우침도 없어요. 그런 이유로 광수는 밖에서 보면 실패한 인생이지만, 본인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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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4등'에서 비운의 수영 천재 광수 역을 열연한 배우 박해준이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안하무인의 천재. “어르신들이 본다면 혀를 끌끌 차겠지만” 박해준은 광수에게 연민을 느꼈다. 마음속 잔여물처럼 남은 연민은 광수라는 인물을 더 입체적이고 고운 결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모든 등장인물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은 영화의 성격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단순히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나뉘지 않은 ‘4등’ 속 어른들은 아주 보통의 어른들과 같았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점들을 찾아가고 싶었어요. 폭력에 대해서도 어떤 부분에는 상당히 무감각하잖아요. 영화 속에도 이 부분이 큰 주제로 다뤄지죠. 결함이 있을 뿐 나쁜 사람은 없다는 거예요. 아주 평범하고 보통의 사람들이잖아요. 그 속에서 보이는 무감각한 상태와 대물림되는 폭력을 보여주면서 경각심을 주고 싶었어요. 무감각해진 것들을 인지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죠.”
무감각해진 모든 것들. 박해준 역시 “무감각하게 보내왔던 것”을 떠올리는 시간을 가졌다. 작품 속 어른들이 그랬던 것처럼 무지와 무감각한 것들을 직면하고 아픔을 끌어안으면서. 그는 영화 속 모든 어른과 자신이 닮아있고 때문에 깊은 공감을 나눌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기질적으로는 광수와 닮은 것 같아요. 삶에 대한 것은 지극히 평범한 준호 아버지와도 닮아있죠. 저 역시 여러 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 면면들에 극 중 인물들의 모습들을 조금씩 담고 있죠. 관객들 역시 마찬가지일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감정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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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4등'에서 비운의 수영 천재 광수 역을 열연한 배우 박해준이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낙낙하고 느슨한 태도. 그야말로 ‘어른 냄새’가 물씬 나는 박해준은 욕심을 덜어내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는 작품을 선택하는 그의 태도와도 직결됐다.
“최고에 대한 열망은 없어요. 때때로 잘 되는 배우들을 보며 자극을 받는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요. 하지만 그 역할을 제가 했다고 잘 될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아요. 분명 아닐 거거든요. 하하하. 심지어 제가 맡았던 역할도요. 천 과장(드라마 ‘미생’)을 지금 한다고 그때의 느낌이나 감정이 나올 수는 없을 거예요. 1분 1초마다, 끊임없이, 계속…. 모든 것은 바뀌어요. 이미 영화는 개봉했고 지나온 캐릭터들은 그걸로 끝이에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거죠. 다시 만들 수 없고 따라 할 수 없어요. 저조차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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