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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로] FEALAC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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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1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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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종연 주아르헨티나 대사. [사진= 외교부 제공]

우리는 지금 국제조직이나 단체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으며 지금도 계속 새로운 단체들이 창설되고 있다. 수많은 지역기구들이 명멸해온 중남미에서는 이들을 싸잡아서 문자의 샐러드 볼(salad bowl de letras)이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너무 많고 비슷비슷해서 뭐가 뭔지 도대체 모르겠다는 말이다. 동아시아-라틴아메리카 협력포럼(FEALAC)도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나 그렇다고 이를 그저 장삼이사(張三李四)로 취급하는 것은 곤란하다. FEALAC은 동아시아와 중남미를 연결하는 유일한 국가 간 공식대화협력체로 싱가포르 고촉동 총리의 제안으로 1999년 창설되었고 현재 양 대륙에서 36개국이 회원으로 이에 참여하고 있다.

유사한 대륙 간 협력체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가 있다. FEALAC은 이들과 비교해 볼 때 인지도가 낮고 발전도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FEALAC이 APEC 보다는 10년 ASEM 보다는 3년 늦게 출범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회원국들 간 응집력이 비교적 약하고 매력적인 협력 의제나 모멘텀을 잘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바로 이 낯선 지역 간 협력체를 우리나라가 선도하고 생명력을 살려나가고 있다.

“사이버사무국을 통한 한국의 훌륭한 역할에 사의를 표합니다.”, “사이버사무국이 행하는 작업들이 매우 효율적이고 큰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해 제7차 FEALAC 외교장관회의에서 멕시코 및 아르헨티나 대표가 한 말이다. 10여개 다른 회원국들도 비슷한 찬사를 표명하였다고 한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국제회의에서 여간해서는 어느 한 나라가 집중적으로 주목과 찬사를 받기가 쉽지 않다. 새롭고 매력적인 의제를 선점하고, 공감이 가는 가치를 창출해 내며, 다른 나라들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고 설득하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같은 터줏대감들도 있고, 국가들 간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며, 또 닳고 닳은 국제무대 고수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 FEALAC에서는 예외다.

우리나라는 2010년에 우리의 자발적 재원으로 FEALAC 사이버사무국을 열었다. 여기에는 FEALAC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중남미 지역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언젠가는 FEALAC 사무국을 유치하겠다는 목표가 들어있다. 또 우리나라는 비전그룹 창설을 제안하였다. 세계의 석학들은 2013년 이 그룹을 통해 수십개의 권고안을 제시하였다. 또한 한국은 매년 사이버사무국 워크숍을 개최하여 회원국들 간 유대감을 다져오고 있다. 우리의 노력으로 FEALAC의 오너십과 발전의 동력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회원국들의 평가와 찬사는 공짜가 아닌 것이다.

중남미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 물건을 아낌없이 사준다. 최근 10년 간 통계만 보더라도 우리는 중남미시장에서 1,622억불이라는 큰 무역흑자를 냈다. 한 표가 아쉬웠던 남북한 간 체제경쟁 시기에는 거의 우리의 손을 들어주었다. 지금은 우리의 개발경험을 배우고자 중남미 지도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원자재가 필요한 우리에게 곡물과 광물자원을 공급하고 있다. 중남미 지역은 우리가 1조불대의 GDP와 교역규모를 넘어 2조불대의 진정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꼭 필요한 협력 파트너임에 틀림없다. 중남미국가들도 세계경제의 기관차 동아시아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데 열성적이다. 그래서 FEALAC이 가지는 의미가 그들에게는 매우 크다. FEALAC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과 우리의 역할이 다른 국가들과는 달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 FEALAC을 리드하려면 새로운 의제개발이 필요하다. FEALAC의 역사가 17년이나 되는 만큼, 이제는 우리가 기제안한 회원국 공동펀드 조성과 FEALAC 정상회의 개최를 충분히 고려해볼만하다. 언젠가는 사이버사무국이 FEALAC 사무국으로 전환되는 시점도 올 것으로 보인다. 그 때를 대비하여 회원국 간 콘센서스를 만들어내기 위한 용의주도한 전략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FEALAC을 통해 아시아와 중남미를 연결하는 중심축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의 보다 많은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그 관심은 사이버사무국 홈페이지(www.fealac.org) 접속에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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