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일 개봉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2’(감독 조근식·제작 신씨네·배급 리틀빅픽처스)는 원조 엽기적인 그녀(전지현 분)를 떠나보낸 견우(차태현 분)가 새로운 엽기적인 그녀(빅토리아)와 만나는 내용이 담겼다.
“조근식 감독님의 ‘품행제로’를 재밌게 봤었어요. 좋아하던 감독님이었는데 ‘엽기적인 그녀2’를 맡으신다는 소식을 듣게 됐죠. 참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가 영화 출연을 결정지은 이유 중에 하나기도 해요.”
15년 만에 다시 견우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평범한 대학생 견우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다. 먼 길을 돌아 다시 견우가 되기까지, 차태현은 수많은 고민과 망설임을 겪어야 했다.
그야말로 센세이션이었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견우가 특이한 성격의 미녀를 만나며 벌어지는 해프닝들에 많은 관객은 열광했고 이를 로망으로 삼기도 했다. 그런 이유에서였는지 관객들은 견우와 그의 새 그녀(심지어 아내)에게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모두의 첫사랑이었던 견우가 15년 만에 나타나 다른 여인과 결혼을 올린다는 것은 일종의 배신처럼 느껴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녀가 없는 ‘엽기적인 그녀’에 불편함을 느끼시는 분이 많아요. 내가 피부로 느낄 정도거든요. 워낙 ‘엽기적인 그녀’는 그녀가 주인공인 영화니까. ‘너무너무 좋아하는 작품이니까 제발 손대지 말라’는 반응도 본 적이 있어요. 그런 반응들을 충분히 이해해요. 하지만 이번 ‘엽기적인 그녀2’는 견우의 시점에서 그의 이야기들을 풀어나가요. 전작과 다른 점이죠.”
1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대학생이었던 견우는 한 가정의 가장이 됐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모욕을 견디고 꿋꿋하게 버티는 모습은 보는 내내 짠할 정도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첫사랑의 현실적인 뒷모습을 본 것 같은” 찝찝함을 주기도 했다. 유쾌하고 통쾌하게 즐겨야 할 ‘엽기적인 그녀2’와는 다른 색채임은 분명했다.
“감독님과 제작사 대표님은 평범한 남자 견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엽기적인 그녀1’이 평범한 남자 견우가 분에 넘치는 여자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고 관객들이 거기에 대리만족을 느꼈다면 이번에는 직장생활이나 힘든 환경들에 대한 공감을 얻으려고요.”
꼭 한번 만나고 싶었다. 오죽하면 “어떤 연기를 해도 견우의 모습이 보일” 정도였을까. 낯선 캐릭터에서 견우의 모습이 보일 적에도 차태현은 “이상하거나 나쁘다고 여기지 않았었”다. 하지만 다시 견우를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에서 차태현은 말끔하게 미련을 버렸다.
“‘엽기적인 그녀2’를 찍고 ‘프로듀사’나 ‘신과 함께’를 찍는데 견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더라고요. 이전까지는 그리움이 있었나 봐요. 저는 누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가 뭐냐’고 하면 당연히 견우라고 말했었거든요. ‘내가 한 번만이라도 이보다 뛰어난 작품을 한다면 배우 인생에서 성공한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요. 개인적으로는 이걸 넘었다고 생각하는 작품은 없는 것 같아요.”
‘엽기적인 그녀2’는 그야말로 차태현의 매력을 십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평범한 듯 로맨틱한 행동이나 소년처럼 해사한 모습, 거기에 능청스러운 모습들까지. 차태현의 장기인 친근한 연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차태현은 이 자연스러운 연기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예전엔 연기하면서 견우의 모습이 보이는 게 나쁘다고 생각지 않았어요. 견우와 제가 성격이 비슷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마음껏 웃고 즐기며 찍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1박2일’ 속 저의 모습이 겹치는 거예요. 제 아내에게 물어봤더니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스스로가 느끼는 마음인 것 같아요. 배우들이 ‘1박 2일’을 그만두는 이유 중 하나가 괴리감인데. 저는 영화 속에서도 밝은 모습을 연기하니까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경계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었죠.”
관객들이 견우에게 품었던 첫사랑의 감정은 차태현 역시 고스란히 느끼고 있던 부분이었다. 이제 미련 없이 떠나보내게 된 견우에 대해 차태현은 시원섭섭하다며 멋쩍은 듯 웃었다. 시종 작품에 대해 신중하고 애틋했음을 여러 차례 덧붙이면서.
“제가 첫사랑의 아이콘이라고요? 그게 다 포장이 잘 돼서 그래요. 하하하. 제가 첫사랑이랑 결혼했다고 하니까 더 좋게 표현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하루는 제 아내가 엄청 걱정하는 거예요. 불안하다고요. 좋은 기사에 좋은 댓글만 있으니까. 그냥 많은 분이 저를 오래 지켜보고 제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보면서 익숙하고 따듯한 감정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감사하죠. 여전히 첫사랑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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