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일 개봉한 영화 ‘양치기들’(감독 김진황·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제공 영화진흥위원회·공동제공 배급 CGV아트하우스)은 거짓말을 파는 역할대행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전직 연극배우 완주(박종환 분)가 살인사건의 가짜 목격자 역을 의뢰받은 후 거짓의 덫에 걸려들게 되는 서스펜스 드라마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감독상 수상을 비롯, 제6회 북경국제영화제 ‘FORWARD FUTURE’ 부문 개막작 선정, 제15회 뉴욕아시안영화제 공식 초청을 받은 ‘양치기들’의 감독, 김진황을 만났다.
개봉 전과 후의 기분은 크게 다르던가?
- 덤덤하다. 아직은 그렇다. 그냥 관객들의 반응이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 일반 관객들의 반응이 가장 그렇다. 제게는 이 모든 것이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 역할대행업이라는 직업은 포털사이트에 검색만 해도 수두룩하게 나온다. 접근하기가 쉬웠다. 전화를 해보니 원하는 게 뭐냐며 명확하게 예시를 들어주더라. 거기에 따로 원하는 게 있는지 그게 협의할 수 있는지 물었다. 궁금한 건 이 직업이 불법인가 하는 일이다. 공식적으로 사이트들이 검색되니까 불법은 아닌 것 같은데. 하하하.
역할대행업을 하는 이와 인터뷰도 하고?
- 인터뷰는 못 했다. 몇 번 시도를 했었는데 어렵더라. 그래서 이쪽에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지인을 통해서 이야기를 접했다. 사실 이 영화가 역할대행업에 대해 다루고자 했던 게 아니라서 심도 있게 파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제게 중요했던 건 배우를 했던 친구가 연기를 그만두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하는 것이었다. 어떤 일을 선택해야지 괴리감이 많이 들까? 생각해보다가 역할 대행이라는 일을 발견하게 됐다. 이 일을 자세하게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그 안에서 생기는 인간관계에 대한 딜레마 같은 걸 다루고 싶었다.
연출에 있어서 뚜렷하고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기보다는 현장에서 만들어가는 방법을 택했다고 하던데
- 모든 배우가 같은 성향은 건 아니지 않나. 그런 것들을 파악하고 장편에서는 더 많은 사람이 보기를 바라며 개인적인 이야기도 담고 공감대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가장 고민했던 장면이나, 성질이 드러나는 장면은 무엇인가?
- 군대 장면과 미진과 완주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군대 장면 같은 경우는 거짓말이나 비겁함에 관해 이야기 하고자 했고 그것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그때 딱 군 생활하던 당시가 떠오르더라. 그게 전역하고 나면 해결될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명확해지지 않았다. 또 미진과의 관계에서도 이성 친구에게 비겁하게 굴었던 순간들을 녹여내고자 했다. 그런 걸 조금 가져와서 완주와 미진과의 관계 태도를 설정했던 것 같다.
극 중 완주 캐릭터는 정말 끝까지 간다.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나? 싶었다
-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진행이 안 되니까. 하하하. 확실한 건 (박)종환 형과 작업하면서 명확한 명분, 의문을 가졌고 그것에 대해 확신을 주고자 했다. 종환 형을 캐스팅하고서도 시나리오를 고친 부분들도 있고 감정이 오르는 부분에 대해 공유하다 보니 완주라는 인물을 끝까지 몰아붙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이런 이야기들이 쭉 나아가지 않았나 한다.
박종환에게 따로 디렉션을 준 것이 있나?
- 아무래도 감정선 보다는 전체적인 태도에 대해 질문했다. 제 생각에는 연출자가 캐릭터의 큰 틀이나 기본적 성질, 성격, 인간관계의 태도나 그런 걸 정할 수는 있지만, 순간의 감정까지 컨트롤 한다면 배우가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 이런 인물은 이런 전사가 있고 성격이 있고 가치관을 따르고 있다는 걸 얘기하고 배우는 인지하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렇게 연기할 때는 그 인물을 통해서 그 순간의 감정을 내보이고 그걸 봤을 때 맞는 건지 안 맞는 건지를 판단하는 거고. 목표는 정확하게 있었고 감정폭이나 성향은 터치하지 않으려 했다.
연출자가 짚은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가?
- 우리 영화는 기존의 영화들보다 덜 명확할 수 있고 낯설 수도 있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그냥 그 순간순간마다 보이지는 부분에 비겁하고 치사한 것들을 던지고 싶었다. 연극 장면부터 부킹대행 에피소드까지 모든 순간이 치사하지 않나. 모든 비겁한 부분들이 기능적으로 작용하지 않길 바랐다. 관객들이 ‘나도 이렇게 살았던 적이 있지 않나’하고 공감해주고 같이 그 감정을 느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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