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신문 백현철 기자 = “대부분의 지역이 도시재생 이후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동구는 이같은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수립해 선도적으로 나서게 됐다.”
정원오(48) 성동구청장은 14일 서울 성동구청 전략회의실에서 가진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도시재생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최우선 지적했다.
정 구청장은 ‘젠트리피케이션 박사’로 불린다. 성동구가 전국 최초로 수립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조례(지역공동체 상호협력 및 지속가능발전구역 지정에 관한 조례)는 정 구청장의 작품이다.
성동구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해 건물주·임차인·성동구가 상생을 약속하는 자율협약 체결을 추진해오고 있다. 현재 성수동 지속가능발전구역 내 건물주 중 60% 가량이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정 구청장은 “홍대 앞이나 가로수길 보다 성수동의 공시지가가 더 많이 올랐지만 임대료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며 “이는 구가 상생협약을 적극적으로 유도해 건물주들의 인식 개선을 이끌어낸 성과”라고 자평했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주민들과의 시간을 갖는다.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대책 수립에 앞서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정 구청장은 “정책 수립에 앞서 상권 구성원들에게 신촌·이대 등 침체된 상권을 설명해 주면서 필요성에 대해 설득했다”며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상권 구성원들이 오히려 지금 더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동구는 지난달 전국 37개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젠트리피케이션 관련 포럼을 개최했다. 젠트리피케이션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을 바탕으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이 포럼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공동대응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관련 전문가들과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및 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모색했다.
정 구청장은 “성동구를 중심으로 각 지자체가 협업 관계가 형성돼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사례들을 설명해주면서 공감대가 생겼다”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전국 지자체간 협의회를 구성해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및 상생 발전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를 확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구가 건물주와 맺은 상생협약은 개인의 사업 활동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정 구청장은 “임대료를 아예 올리지 말자는 게 아니라 법상에 명시돼 있는 9% 이내에서 올리자고 유도하는 것”이라며 “임대료를 천천히 올려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골목을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정책의 효과는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한때 홍대입구, 가로수길과 함께 젠트리피케이션 3대 축으로 꼽혔던 성수동이 대표적이다.
그는 “성수동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가의 폐업률이 극히 적고, 신규 개업하는 상가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아직 정책 시행 초기지만 조심스럽게 정책이 하나의 문화로써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현재 각 지자체에서 시행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는 법적 강제성이 없다. 이에 따라 현재 정책적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과 젠트리피케이션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이 모인다.
정 구청장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대책의 실효성과 추진동력 확보를 위해 서울시와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정책적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서울시와 국회의원과 함께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동구가 제안하는 특별법은 각 지역에 임대료가 급격하게 상승한 지역을 선정해 지속가능한 골목으로 만들어 임차인과 임대인의 상생 효과를 목적으로 한다.
정 구청장은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상인들을 보호하고 있지 못한다고 말한다.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100]) 기준 4억원 이하의 상가들만 현행 임대료 9% 이하 인상률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상가법 개정이 가장 필요해 보이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화되지 않는 지역까지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존 상가법 개정은 많은 이권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정 지역에만 임대료 상승률을 제한할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해 법 적용으로부터 오는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동구도 전세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성동구 공동주택 거주 가구는 5만5214가구로 거주비율에 70%에 이르고 있으며, 진행 중인 재개발 사업이 완료되면 8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구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는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SH공사와 함께 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해 예비창업자 등의 주거공간으로 도전숙 1개소, 어르신과 대학생이 함께하는 룸셰어링 3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출신 대학생들에게 주거공간을 제공하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피하우스’도 운영하고 있다. 2011년 사업을 시작해 현재 학생 52명이 이용 중에 있다.
성동구는 젊은이들의 이탈 방지와 기업들의 신규 진입을 위해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유인책을 마련했다.
정 구청장은 “지역 내 젊은이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성수동 준공업 지역에 신규 입주하는 회사들에게 사옥에 기숙사를 지으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며 “기업이 직주일체형 건물을 만들면 젊고 유능한 인재들을 성동구로 끌어들여 주거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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