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연안여객선 현대화, 국민 눈높이에 맞추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6-07-05 11: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사진제공 = 해양수산부]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우리나라에서 교통수단으로 갈 수 있는 가장 먼 섬인 ‘만재도’에서 지난해 촬영한 예능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모았다.

유명 연예인들이 서남해 끝자락의 섬으로 들어가 생선을 잡고, 따개비도 따며 하루 세끼식사를 준비하는 모습 등 고즈넉한 어촌생활과 함께 아기자기한 바다 풍경을 엿볼 수 있었던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때묻지 않은 자연과 여유로운 삶을 간직한 섬의 매력은 사람들을 홀연히 섬으로 떠나게 만든다. 특히 도시의 각박한 삶에 지쳐 ‘웰빙’과 ‘힐링’이 휴가 문화의 대세로 자리잡으며, 섬으로 찾아가는 방문객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메르스라는 악재가 있었지만, 배를 타고 섬을 방문한 사람이 1538만명에 달했다.

섬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여객선'이다. 여객선은 섬 여행의 시작과 끝을 수놓으며, 섬 여행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낭만이자 즐거움이다.

세월호 사고의 아픈 기억이 남아 있지만, 정부와 공공기관, 선사가 똘똘뭉쳐 안전관리의 문제점을 철저히 개선해 여객선은 국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다만 여전히 낡고 오래된 여객선의 운항은 KTX나 우등버스 등에 익숙한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카페리나 초쾌속선 같은 고가의 대형 여객선은 대부분 해외에서 노후 중고선을 수입해 오는 실정이다. 2014년 기준 평균 영업이익이 2억7000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영세한 선사 입장에서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이 소요되는 여객선의 건조에 투자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3년부터 여객선 건조에 따른 대출이자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이차보전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척 이상의 여객선 건조를 지원한 바 있다.

그러나 대형 카페리나 초쾌속선 건조에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만큼, 획기적인 제도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업·단체 의견을 받아들여 올해 4월 ‘제1차 연안여객선 현대화 계획’을 수립하고, 여객선을 젊게 만드는 현대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해외에서 낡은 중고선을 수입하는 것보다, 국내에서 우리 실정에 맞는 선박을 새로 건조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선사가 카페리 및 초쾌속선을 국내에서 건조할 경우, 소요 금액의 50%를 정부가 지원하는 연안여객선 현대화 펀드를 도입했다.

또 기존 이차보전사업의 상환기간을 연장하고, 대출조건을 완화하는 등 연안여객선 건조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선사가 여객선 건조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 데 숨통이 트인 것이다. 

아울러 도서민의 생활항로를 중심으로 복잡하게 얽힌 연안여객선 항로를 서울시내 버스체계처럼 간선과 지선으로 개편, 원하는 목적지에 신속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해상교통망을 현대화했다.

특히 이용이 복잡하고 접근성이 낮다는 여객선 예매시스템과 스마트폰 앱을 이용자 친화적으로 개편하는 등 불편사항도 해소해갈 예정이다.

이런 계획이 순조롭게 추진될 경우, 2020년까지 노후 연안여객선 63척을 현대화해 연안여객선 이용객도 연간 1500만명에서 1700만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2020년에는 1만5000톤급 대형 카페리가 1000명 이상의 여객과 수백 대의 차를 한번에 실어 나르고, 시속 45노트 이상의 초쾌속선이 국내 주요 섬 관광지를 연결할 예정이다. 예컨대 목포에서 배를 차에 싣고 타면, 1시간여 만에 제주도에 도착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화 추진에 따라 더 많은 여객선 건조 수요가 발생해 최근 어려움을 겪는 중소 조선소가 안정적으로 일감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전후방 산업으로 상호 밀접한 관계인 해운과 조선이 상호 윈-윈 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연안여객선 현대화는 섬 관광을 비롯한 해양관광과 바다사랑 문화를 촉진하고, 침체된 조선산업도 재도약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 기술로 건조한 편리하고 쾌적한 배로 우리 바다를 누벼, 바다가 진정한 우리 삶의 터전이자 힐링공간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