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초 홍명희 일본어 단편소설 '유서'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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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0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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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11년 日문예지 '문장세계'에 필명 '홍가인'(洪假人)으로 투고

벽초 홍명희가 1911년 일본 문예지에 일본어로 투고한 단편소설 '유정'이 발견됐다.[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벽초(碧初) 홍명희(1888∼1968)가 1911년 일본 문예지에 투고한 일본어 단편소설이 발견됐다.

3일 근대서지학회에 따르면 한국학자인 하타노 세쓰코(波田野節子) 일본 니가타(新潟)대 명예교수는 1911년 일본 '문장세계'(文章世界)에 실린 홍명희의 단편 '유서'를 학회가 지난달 발행한 반년간 학술지 '근대서지' 상반기호(13호)에 공개했다. 문장세계는 "20세기 초반 문학 관계자 대부분이 이 투고란에서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는 평을 받을 만큼 당시 일본 문단을 주름잡고 있었다. 

일본어 1000자, 한글로 200자 원고지 13장 정도 분량인 유서는 친구로부터 자살을 알리는 편지와 자살하지 않겠다는 편지를 잇따라 받은 화자가 이를 장난으로 여기며 응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타노 교수는 일본 작가 야마사키 도시오(山崎俊夫)의 작품집에 실린 문장세계 당선작 논평에서 단서를 발견했다. 유서의 필자는 '홍가인'(洪假人)이고, 주소지는 '조선'으로 돼 있다. 야마사키는 홍명희가 1907∼1908년 재학했던 다이세이(大成)중학교 동급생으로, 두 사람은 종교에 관한 논쟁을 벌일 정도로 깊이 교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마사키는 유서가 홍명희의 작품일 것으로 추정했지만 홍가인이라는 필명 때문에 확신하지는 못했다. 홍명희는 벽초라는 호 외에도 영국 시인 바이런의 작품 '카인'에서 따온 '가인'(假人 또는 可人)이라는 필명도 사용했다.

근대서지학회 측은 “하타노 교수에 따르면 1900년대 문학에 관심을 가진 조선인 유학생은 '한말의 삼천재' 최남선·홍명희·이광수밖에 없었다"며 "단편소설은 홍명희가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투고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한편 근대서지 상반기호는 국어학자 정열모(1895∼1967)의 '동요작법', 아동잡지 '어린이'의 부록으로 발행된 '어린이세상' 여섯 호, 해방 이후 나온 첫 종합예술지인 '문화통신' 발굴 소식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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