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4~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 관계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 역시 무의미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상태를 비켜가기 위해서는 사드로 인한 양국 관계의 갈등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하며 근본적인 관계 훼손에 이르지 않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박 대통령은 또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일부 의원들이 중국의 입장에 동조하면서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의견 교환을 한다면서 중국을 방문한다"고 비판, 이같은 행보가 남남갈등을 부추긴다고 보고 직접 대응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 대통령의 이런 직접 화법은 앞으로의 한중 외교와 야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공개석상에서 노골적으로 비판을 가하진 않을 것이라는 정치권 안팎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청와대는 전날인 7일 김성우 홍보수석 브리핑을 통해 그동안 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이 사드 배치의 한 원인이며, 중국도 이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자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8일 뤼차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주임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이런 태도는 남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도타일파'(적반하장과 같은 성어)와 같은 것"이라며 "사드 배치로 한중관계를 긴장시킨 책임을 완전히 북한과 중국에 전가하는 것"이라고 청와대 입장에 반박했다.
중국 언론의 이같은 태도는 내부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 6일 1면 헤드라인에 '사드에 반대하는 의원이 방중에 앞서 공격받고 있다'는 제하 기사를 게재하고, 중국 측 의견을 이해하려는 '소통의 여행'인데 무고하게 한국에서 '매국 행위'로 비난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인민일보, CCTV 등 관영 매체들은 최근 한국의 사드 배치 반대를 주장하는 교수나 정치인들을 인터뷰하거나 논단을 게재해 중국의 사드 배치 반대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이같은 현 상황에 대해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對)한국 대응이 '이제 시작'이라고 보면 된다고 지적하며 갈등 프레임을 바꿀 것을 조언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중국이 한국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나서 대응 리스트를 완성했다고 판단하면 될 것 같다"며 "중국 관영 언론사가 노골적으로 비난과 불쾌함을 얘기하고, 심지어 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유사한 수준의 거론을 한다는 것은 우리 뿐만 아니라 자국민에게도 이런 단계로 들어갔다는 것을 알리는 것으로 현 단계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한중 관계를 해치고 싶지 않다는 의미도 담고 있어 한국의 대응 수위를 지켜보면서 계속 강도를 높여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김 소장은 "우리가 그런 신호를 분명하게 읽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대방을 너무 '악마화'하는 각도로 보고 대립 중심으로만 보게 되면 파국으로 가게 된다. 이 국면을 보다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은 굉장히 체면이 상한 상황"이라며 "특히 최고지도자들의 체면이 상했기 때문에 국내정치적 측면에서 한국에 강하게 반발하고 사드 배치를 비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현재와 같은 방법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중국의 한중 관계에 관한 전략적 고민이 나타난 모습이라고 생각된다"며 "사드 배치에 대해 불만을 표하지만, 그렇다고 한중 우호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거나 지금과 같은 조치를 장기적으로 취할 수 없다는 데서 나온 고민이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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