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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대표가 취임 인사 겸 11일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예방했다.
이 대표는 '정치 선배'로서 박 원내대표를 깍듯하게 대했고, 박 원내대표는 축하 인사를 건네며 격려했다. 다만 오가는 덕담 속에서도 '여야' 간 묘한 신경전이 연출됐다.
이날 국회 국민의 당 대표실을 찾은 이 대표는 박 비대위원장에게 90도로 인사를 하며 반가움을 표했다. 이 대표는 박 비대위원장을 향해 "호남출신으로서 새누리당에서 정치를 하며 외롭고 힘들었는데 당을 초월해서 정치 선배, 인생 선배님으로서 가장 진지하게 제게 많은 조언을 해 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누구보다도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제일 많이 아시고 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서 가장 잘 보필할 수 있고, 야당과 국민의 소리를 가감·첨삭 없이 전달할 수 있는 대표가 취임해서 우리 국민의 당도 참 잘됐다는 생각을 한다"고 축하 인사를 했다.
그는 이어 "김대중의 박지원이라면 박근혜의 이정현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같이 법제사법위원회 활동을 하면서도, 그 전에 전화에서도 박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도록 하고 당선 후에는 성공할 수 있도록 희생적으로 잘 모시라고 강조했었다"고 개인적 친분도 드러냈다.
이 대표 역시 "국회 어디에서 보더라도 웬만하면 소리를 질러서 들릴 곳에 계시면 '장관님!' 하고 쫓아가서 인사드리곤 했다"면서 "제1야당의 원내대표를 하시면서도 지방에서 하는 국정감사까지 내려와 질의하고 가는 열정을 보면서, 제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열정의 딱 한 분이라면 대표님이라 생각하고 늘 본받고 있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오가는 덕담 속에서도 여당과 야당에 속한 두 지도자로서 뼈가 있는 말들이 나왔다.
박 비대위원장은 "집권여당의 대표가 됐으니까 정의를 찾지 말고, 야당은 야당답게 대통령께 드릴 말씀은 드릴 테니까 잘 도와달라"고 말했다. 전날 이 대표가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과 만나 "대통령과 맞서고 정부와 맞서는 것이 마치 정의(正義)이고, 그게 다인 것 같은 인식을 갖고 있다면 여당 소속 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여기에 질세라 이 대표 역시 "독하고 무서운 야당인데 절대 쥐를 끝까지 몰지 않는다는 것, 항상 퇴로를 열어준다는 것을 제가 알고 있다"면서 "제가 대표하면서, 대표님이 언젠가 열어주실 거라 생각하고 그 퇴로를 항상 생각하려 한다"며 웃었다.
이어 "그 점에서 야당이지만 밉지 않고 존경할 수밖에 없는 선배님"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비공개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난 박 비대위원장은 "이 대표에게 말로만 협치를 하지 말고, 대통령과 여당에서 과감한 양보의 모습을 좀 취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원한 선물이 왔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은 에어콘이 필요하다"며 우병우 수석 의혹과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서별관 청문회 등에 대한 해법을 기대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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