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융녠(鄭永年, 싱가플 국립대학 동아연구소 소장), 모다오밍(莫道明, 학자 겸 기업인) =남중국해 중재안이 발표됐다. 결과는 예상한 대로였다. 이는 중국에게 당연히 큰 문제다. 이 문제에서 우리는 냉정해야 하고 문제의 본질을 잘 인식해야 한다. 우리는 국가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국가 이익을 최대화 해야지 우리 자신의 판단 실수나 정책 실수로 국가 이익을 최소화시켜선 안 된다.
남중국해 문제로 인한 분쟁은 사실 정상적인 것으로 지정학적 변동의 한 현상이다. 이런 상황의 발생은 정상적이고 예상 가능한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 많은 사람이 놀라는 것은 과거 국제정치 현실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기대가 잘못됐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 자신의 준비 여부로, 이런 전환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냐는 것이다. 필자는 대다수 사람들이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자신이 평화롭게 굴기하려고 하면 평화롭게 굴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관점은 잘못된 것이다. 또한 평화적인 굴기는 작은 충돌도 없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패권 전쟁과 대국간 대규모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작은 충돌은 두려운 것이 아니며 중국의 평화적인 굴기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크고 작은 분쟁 없이 대국이 된 나라는 없다. 대국의 지위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환상주의적인 세계관을 버려야 한다
지금의 상황은 과거 우리가 가졌던 환상주의적 세계관이 성립하지 않다는 것을 설명할 뿐이다. 이번의 판결 결과는 전세계 지정학적 변동의 분수령이될 것이다. 이 판결은 상징적인 의의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현실주의적인 세계관을 가져야 하는가? 이상주의는 현실주의 위에 구축돼야 비로소 진정한 이상주의가 되며, 비현실 위에 구축된 이상주의는 이상주의가 아닌 공상 또는 환상이다.
중미 관계를 경쟁적 관계로 정의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적대적 관계로 정의해야 할것인가? 전방위적인 경쟁은 신흥 대국이 기존 대국과의 관계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충돌점이다. 따라서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2008년 경제위기 때부터 서방국가들은 중국의 힘을 인식하고 중국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중국의 발전 모델을 누가 누구를 멸망시키는 관계가 아닌, 세계에 선택권을 더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정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서방에 일정 정도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이미 미국은 남중국해에 방대한 군사력을 파견했고 중국은 최근 3대 해군 함대를 파견해 실전 훈련을 했다. 대규모 전쟁의 위험성을 어떻게 완화시킬 것인가? 필자는 양국 지도자 모두에게 이런 요구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다음의 4가지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첫째, 미국이 완전 철수하거나 또는 군사력의 일부를 남겨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미국이 아태 동맹국들의 신임을 잃을 위험에 처하고 미국이 쇠퇴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이런 공상을 해선 안 된다. 미국이 이런 결정을 할 리가 없다.
둘째, 2012년 이후 중국과 필리핀이 황옌다오(黃巖島)를 둘러싼 이익 주장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이후 서방세계 전반에 중국의 굴기에 대한 다른 견해가 나타났다. 국제사법재판소의 심리 과정이 위법인지 아닌지는 제쳐두고 우선 판결문의 결과만 놓고 말하면, 미국이 이 결과를 이행하려고 한다면 미국은 합법성이 없다. 중국은 주권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황옌다오의 주권을 포기한다면 제2의 ‘100년 민족 굴기’를 실현할 기회가 다시는 없을 것이고, 이는 중국 굴기에 희망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셋째, 미국 해군이 12해리 영해에 들어오면 중국은 주권을 수호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충돌이 일어날 것이다. 국부적 전쟁이든 전면적인 전쟁이든 결과는 하나다. 바로 재앙이다. 중미 양국의 정치 엘리트는 이런 결과를 원하지 않는다.
넷째, 제로섬 게임을 피하는 것을 전제로 이익의 균형을 찾는 것이다. 중국이 필리핀 어민의 인근 어업권을 고려하는 등 일정 부분을 양보해야 한다. 이는 지혜를 시험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중미 양국은 광범위한 접촉 채널과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소통 채널이 있어 위기를 해소할 희망이 있다.
판결의 실제 영향력은 크지 않다
판결 결과가 중국에게 미치는 영향은 주로 개념적인 것으로 실질적인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다. 가장 나쁜 결과는 ‘구단선(九段線, 1953년부터 남중국해의 관할권 경계를 표시해온 선)’을 부정하는 것으로 중국의 역사적인 권리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이 결과를 집행할 것인가? 국제적으로 집행자가 없고 더군다나 미국은 집행자가 될 수 없다. 미국 자체가 국제해양법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재 결과가 중국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결과에 대해 집행력이 없다. 그러나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 이를 상정할 수 있다. 마침 일본이 안보리 의장국이다. 7월은 매우 민감한 시기다.
필리핀 안건은 정치문제로 미국이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 정치문제는 법률이 아닌 정치적인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법률은 그저 도구일 뿐이다. 무력은 정치 방식의 최후의 방법으로 사실 정치의 연장선이다. 정치적 측면으로 돌아가 미국은 어떻게 할 것이가? 중국은 통제할 수 없다. 그러나 중국은 이 상황을 잘 판단해야 한다. 우선 중국과 미국 관계의 가장 좋은 정의는 경쟁관계다. 지금은 아직 완전한 적대관계가 아니다. 실질적인 측면에서 중미 양국은 상대를 사지에 몰아넣어야 할 적으로 보기 어렵다. 양국 모두 핵 대국이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없다. 과거 미국과 소련의 관계와는 다르다. 미국과 소련은 핵무기의 상호 위협을 제외하곤 어떠한 왕래도 없었다. 반면 중미 양국은 현재 국제 관계의 양대 축으로 하나라도 무너지면 이 세계가 무너질 것이다.
경쟁관계에는 충돌도 있고 협력도 있다. 우리는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많고, 충돌을 피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동시에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항상 충돌을 대비해야지 중미 관계를 지나치게 이상화시켜선 안 된다.
미국의 부담이 중국보다 훨씬 많다
물론 경쟁이 협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두 가지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중미 양국이 경쟁하는 부분은 동중국해 문제나 남중국해 문제만이 아니다. 이 문제들은 모두 지정학적인 것으로 중미 양국간에는 지정학적인 것과 다른 것들이 있다. 미국은 왜 중국을 적으로 보는 것일까? 많은 경우 중국의 발전 모델이 미국의 모델과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전면 철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의 철수는 미국이 정말 쇠락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현재 지닌 힘 또한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중국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이는 국가의 주권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3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바로 경쟁 후 서로 타협하는 것이다. 중국의 타협과 미국의 타협은 의미가 다르다. 중국의 타협은 진정한 굴기의 시작이고 최후의 승리를 위한 시작점으로 시간 문제일 뿐이다. 반면 미국의 타협은 진정한 쇠락의 시작을 의미한다.
미국의 쇠락은 상대적으로 느리다. 중국 굴기의 힘과 비교하면 절대적인 쇠락이 아니라 상대적인 힘의 약화다. 중재 결과 발표로 중국은 국제적인 압력에 직면했고 미국은 중국이 국제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만들려고 할 것이다.
또한 필리핀, 베트남 또는 다른 나라가 국제법을 근거로 남중국해에서 행동을 취할 수 있다. 동시에 중국은 아세안 전체로부터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중국은 두가지 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
첫째, 중국은 남중국해상의 자유 운항을 계속 강조할 것이다. 필자는 미국이 중국의 도초(島礁, 간만의 차에 따라 물에 잠기거나 수면 위로 드러나는 바위)를 폭파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전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가장 높은 가능성은 미국 군함이 우리 영해 12해리에 가까이 오거나 진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남중국해를 이용해 미국을 견제할 수 있을까?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얼마나 체류할 수 있을까? 다른 지역에서의 미국의 이익은 어떻게 할 것이가? 유럽 문제는 어떻게 하고 중동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의 남중국해 전략은 비용이 매우 높고 중국은 미국에 비해 훨씬 낮다. 중국은 남중국해와 동북아 전략을 결합할 수 있다. 남중국해 문제와 일본은 아무 관계도 없기 때문에 중국은 동북아에 군사력을 증강해 일본에게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중국은 자신의 국가 이익을 수호하는 것이지만 미국은 다른 나라의 국가 이익을 수호하는 것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중국에게 군사 현대화는 필요한 것이지만 다른 나라를 위해 싸우는 미국은 비용이 많이 든다.
둘째, 아세안 전체에 대해 중국이 사용할 수 있는 조치가 많다. 예를 들어 중국은 아세안과 어업협정을 협상할 수 있다. 이 지역에서는 해마다 어업 분쟁이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분쟁을 해결할 메커니즘이 없다. 또한 중국은 아세안과 해양환경 보호 및 해양자원 보호 협의를 진행할 수 있다. 해양 환경과 자원 문제는 오래전에 제기됐지만 국가간 협력을 통한 토론과 제도 마련이 없었다. 이런 협력으로 도초 충돌을 대체할 수 있다면 남중국해의 긴장 국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우리의 영토 분쟁은 아세안과 아무 관계가 없고 전체적으로도 아세안은 남중국해 분쟁과 큰 관계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중국은 미국의 ‘쿠바 제재’를 참고할 수 있다
중국은 필리핀, 베트남 등 분쟁을 조장하려는 나라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인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양자 대화를 생각한다면 우리는 원칙에 따라 양자 대화를 할 수 있다. 그들이 대화를 원치 않는다면 필자는 중국이 더 이상 과거처럼 하지 않고 모질게 마음을 먹고 처벌성 조치를 취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중국과 아세안 10개국 사이에 한두 개의 ‘쿠바’가 나타나도 된다. 미국과 쿠바는 반세기 동안 교류가 없었고 경제 왕래도 전혀 없었다. 중국은 미국의 쿠바 제재를 참고해 필리핀 등에게 겁을 줄 수도 있다. 중국은 협상의 문을 항상 열어놓을 테지만 필리핀 등의 국가는 중재 결과를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하면 안 된다.
중국은 필리핀과 협상할 수 있지만 주권 문제에 관해서는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가 전혀 없다. 주권 확보를 전제로 어떤 일이든 대화할 수 있다. 사실 중국은 오래전 국제법에 의지하지 않고도 베트남과 육지 국경 문제를 해결했다. 베트남과 육지 국경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많이 양보했다. 이 사례로 봤을 때 중국이 ‘대국이 소국을 업신여겼다’는 증거는 없다. 이 밖에 중국은 언제든지 경제력과 군사 투쟁을 결합할 준비를 해놔야 한다. 서방은 늘 이렇게 했다.
군사력을 느슨하게 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다. 군사력은 전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쟁을 하지않기 위해 있는 것이다.
중국 굴기 과정의 첫번째 시험
이는 중국 굴기 과정의 첫번째 큰 시험이다. 동남아 국가 또는 다른 국가가 왜 중국을 신뢰하지 않고 미국을 신뢰하는 것일까? 미국은 굴기 과정에서 수많은 시험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은 때로는 성공적으로 시험에 통과했고 때로는 실패했다. 어떤 방법은 정확했고 어떤 것을 잘못됐다. 현재 중국의 굴기는 그저 경제력이 증가한 것으로, 아직 어떠한 시험도 통과하지 못했다. 남중국해 문제는 우리 앞에 놓인 큰 시험으로 대국인 중국이 감당해야지, 놀라거나 공포스러워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큰 시험이 더 많이 있을 것이다. 시험을 거치지 않고 어떻게 졸업증을 받을 수 있겠는가? 우리 국민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 사건이 일어났다고 하늘이 무너진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중국의 강경한 태도 또는 미국의 강경한 태도가 협상의 카드일 뿐이라면 남중국해 문제는 비교적 쉽게 해결될 것이다. 우리는 중미 양국의 강경한 태도가 협상의 카드이지, 전쟁 도발의 수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판단을 바탕으로 양국 간 소통과 협상의 스킬이 중요하다. 우리가 이익을 지키려고 하면 상대는 일정한, 심지어 더 높은 조건을 제시한다. 그러나 협상을 통해 양측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이 점은 중미 양국에게 모두 중요하다. 즉 군사 압력은 정치 협상을 위한 큰 환경을 마련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중미 양국이 전쟁을 시작하면 그 누구도 전쟁의 결과를 통제할 수 없다. 중미 양국 모두 핵 대국이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이 전쟁을 벌였던 상대는 모두 미국 본토를 공격할 능력이 없는 나라였다. 다시 말해 미국 본토까지 전화가 미치지 않는 것이 미국의 전쟁 참여 여부 결정의 근거였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사이에 일단 전쟁이 발발하면 미국은 전화가 미국 본토까지 미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때문에 미국인은 이런 위험을 감수할 생각이 없으며 미국의 정치는 매우 실용주의적이다.
남중국해 중재 사건은 지나갔다고 할 수 있지만 더 많은 위기가 계속 나타날 것이다. 미국은 절대 손 놓고 있지 않을 것이며 또 다른 핑계를 만들 것이다. 때문에 필리핀에 관한 중재안이 지나가면 풍랑이 가라앉을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이는 중국에 대한 시험으로 앞으로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계속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태연하게 대응 연구와 일련의 안건을 잘 마련해 놓고 심리 상태와 상황을 잘 컨트롤한다면 중국은 미국이 더 많은 대가를 치르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힘을 집중해 나라를 잘 발전시킨다면 미국에 대응할 전략적 여지가 더 커질 것이다.
(이 기사는 정융녠 소장과 모다오밍의 대담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외문국 인민화보사가 제공하였습니다. 본 기사는 아주경제 논조와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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