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샤이니가 정규 4집 '오드' 활동을 마쳤을 즈음이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와 얘기를 하다 (팬심에 가득차서) "우리 샤이니 활동 끝났다고 소홀하심 안 돼요"라고 하자 그 관계자가 "무슨 그런 말을. 샤이니는 저희 자부심인데요"라고 대답했다.
소속사 입장에서 소속 아티스트들 가운데 자부심이 아닌 이들이 어디있겠냐마는, 여러 수식어들 가운데 샤이니 앞에 붙은 '자부심'이란 말이 (팬이라서가 아니라) 참 와닿았다. 지난해 '입덕'의 길로 접어든 이후 줄곧 지켜봤지만 샤이니는 내내 무대 안팎에서 주어진 일을 프로답게 해냈다. 데뷔 8주년을 맞은 톱 그룹이 늘 겸손하고 노력하는 태도를 취하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2일부터 3일간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진행된 샤이니의 다섯 번째 단독 콘서트 '샤이니월드 V'는 샤이니의 이런 한결같은 저력을 확신시킴과 동시에, 이들이 단지 SM의 자부심이 아닌 K팝의 자부심이라는 걸 알려줬다.
이날 콘서트는 '컬러 오브 샤이니'라는 주제로 꾸며졌다. 정말 '샤이니의 색'을 보여주기 위해 멤버들은 물론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힘을 모았다. 키는 직접 공연 의상에 참여했고, 종현이 작사 및 작곡에 참여한 신곡 '프리즘'이 무대에 올려졌다. 앤디 리멘터와 브릿지 십 하우스는 콘서트 포스터 제작에, 패션 브랜드 참스와 카이는 의상 작업에 참여했다. 선으로 세상 속 장면과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작가 성립은 샤이니의 4집 수록곡 '이별의 길' 무대 영상 작업에 참여, 선과 모노톤으로 샤이니 멤버들의 개성과 매력을 표현했다.
'컬러 오브 샤이니'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영상과 레이저 등 조명도 화려했다. '프리즘' 때는 정말 프리즘에 빛이 굴절되듯 다양한 색감의 레이저들이 공연장 안을 수놓았다. '초콜릿' 무대에서는 노래처럼 끈적하게 녹아내리는 초콜릿을 화면에서 만날 수 있었다. 또 푸른 빛깔의 피를 형상화한 '얼라이브' 무대 때는 푸른빛의 혈관을 연상시키는 화면이 등장했다.
'히치하이킹'으로 시작, '매리드 투 더 뮤직', '와이 소 시리어스', '줄리엣'으로 이어지는 강렬한 오프닝을 시작으로 '셜록', '링딩동', '루시퍼', '드림걸', '소 어메이징', '컬러풀' 등 흥겨운 무대 때마다 여지 없이 쏟아지는 무지개 빛 조명은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쇼가 되기 충분했다. 흔들림 없는 라이브 소리와 레이저 쇼를 방불케하는 조명, 다채로운 무대 구성의 3박자가 맞아 떨어지자 '눈호강', '귀호강'이라는 말이 절로 실감났다.
이번 콘서트는 또 이들의 데뷔곡인 '누난 너무 예뻐'의 아카펠라 버전이나 아직 정식 출시되지 않은 '프리즘', '필 굿', '투명 우산', '소 어메이징' 등의 신곡, 기존 콘서트에서 자주 부르지 않았던 '줄리엣', '홀드 유', '트리거', '방백', '소년, 소녀를 만나다' 등을 세트리스트에 포함시켜 의미를 더했다.
비록 4일 공연 마지막 섹션에서 온유가 발목을 접질리는 사고를 당하면서 새 앨범 타이틀 곡 티징 무대를 올리지 못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이니 5인은 흠잡을 데 없는 무대로 자신들이 왜 8년째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가를 입증했다.
다섯 번째 단독 콘서트 '샤이니월드 V'를 마친 샤이니는 이달 중순께 새 앨범을 발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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