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수원 화성(華城)과 4차 산업혁명…건설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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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9-0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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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환 국토교통부 제1차관


김경환 국토교통부 제1차관

지난 3월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 잡았던 이세돌과 구글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계기로 인공지능(AI)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호기심이 더욱 커졌다. 시야를 좀 더 넓혀보면 AI와 3D프린터,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이 펼쳐낼 미래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광범위한 자동화‧무인화가 일상생활에 확산돼 훨씬 더 편리하고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되는 반면, 산업구조가 보다 자본집약적으로 재편되면서 현존하는 일자리가 20억개 이상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건설업도 첨단 신기술 도입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최근 들어 기계화 시공이 증가하고 자본투입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며, 지능형 건설기계 개발로 공사비가 줄고 공사기간이 단축되고 있다. 3D프린터를 활용한 건축 공사까지 가능하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건설기능 인력이 불필요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금 인간이 수행하고 있는 많은 일을 앞으로 기계가 대체하더라도 건설업은 인간과 기계가 균형 있게 협업할 수 있는 산업이다. 건설업은 다양한 현장 상황에 맞는 기능이 필요한 노동집약적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인력을 기술로 대체하는데 한계가 있다. 또 완벽한 품질 구현과 안전성 제고를 위한 신기술 활용 가능성도 무한한 산업이다.

우리나라 건설업 인력 공급은 매년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새로운 기술을 현장에서 활용할 능력을 갖춘 숙련된 기능 인력의 부족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현재 건설업 기능 인력은 약 130만명인데, 이 중 80%가 40대 이상으로 고령 인력의 비율이 타 산업의 60%에 비해 매우 높다. 또한 인력에 대한 경력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능력과 경력에 따른 현장 투입이나 처우가 어렵다. 그러다보니 건설 근로자들이 숙련기능 인력으로 성장하려는 동기도 약할 수밖에 없다.

건설인력의 고령화와 숙련도 저하는 건설 품질과 안전 문제로 귀결된다. 지금처럼 건설 현장이 중국 동포와 외국인으로 채워지다 보면 결국 국내 건설 산업 기반이 붕괴될 우려마저 있다. 따라서 건설업의 미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험과 신기술 활용 능력을 갖춘 고부가가치형 숙련기능 인력을 길러내야 한다.

우선 인력의 경력, 임금 등 중요한 정보를 건설인력관리시스템에 체계적으로 기록, 관리하고 축적된 빅데이터를 분석해 수요가 늘거나 새로 필요해 질 분야의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숙련기능 인력에 대해 현장에서 요구되는 기능 교육, 신기술을 활용한 업무 개선 교육 등 내실 있는 교육훈련과 맞춤형 인센티브도 제공해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정보를 공유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와 협업해 건설 분야 인적자원개발위원회를 9월 출범시킬 예정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華城) 축조는 신기술 접목과 숙련기능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역사적 사례다. 이 사업을 위해 당시로는 신기술인 거중기를 적극 활용했고, 석수, 목수, 미장이 등 장인들을 직종별‧지역별로 구분해 투입된 일수, 능력 등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했다. 이러한 체계적인 기술, 인력 관리 덕택에 당초 10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공기가 2년 9개월로 단축됐고 오늘날까지도 건실하게 남아 있는 아름답고 과학적인 건축물이 됐다.

아무도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를 면밀히 분석하면 미래에 대해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건설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 맞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신산업으로 업그레이드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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