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국내 음원 시장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기 있는 아이돌 그룹들의 음악이 차트를 점령하던 시대가 아닌 실력을 인정받은 뮤지션들의 음악이 사랑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인 ‘멜론’의 5일 오후 4시 기준(현재) 순위에 따르면 한동근의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가 1위에 랭크 되며 12일째 음원차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동근은 지난 2013년 MBC ‘위대한 탄생’ 시즌3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이미 가수로서는 실력을 인정 받은 터. 이후 2014년 데뷔 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한동근은 빛을 발하는 데 까지만 꼬박 3년이 걸렸다. 그간 음악 방송 등에 활발한 활동을 한 적이 없었던 그였기에 이번 ‘차트 역주행’ 및 롱런은 큰 의미가 있다.
최근 MBC ‘라디오스타’ ‘복면가왕’ ‘듀엣가요제’ 등에 잇따라 출연하며 묻혔던 곡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가을이라는 계절의 감성과 어울린다는 평가를 얻으며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다. 서정적 노랫말이 가슴을 울리는 감성 발라드곡으로, 이별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을 섬세하고 진솔하게 풀어냈다.
이 곡과 함께 지난달 24일 발매한 한동근의 세 번째 디지털 싱글 앨범 ‘그대라는 사치’는 역주행 대신 ‘정주행’을 달리며 음원차트 TOP10 내에 진입해 있다.
한동근의 역주행과 더불어, 어반자카파의 선전도 눈에 띈다. 지난달 25일 발매한 어반자카파의 ‘목요일 밤’ 역시 한동근의 뒤를 이어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최근 ‘신흥 음원 강자’로 떠오른 어반자카파는 지난 5월 ‘널 사랑하지 않아’로 꽤 오랜 기간 차트를 씹어 먹다시피 했다. ‘인디 뮤지션’이라는 색깔이 강했던 어반자카파는 자신들의 오랜 매니아 층 팬들만이 찾아 듣던 음악에서 대중적인 음악으로 변하며 ‘믿고 듣는’ 뮤지션으로 자리매김했다.
‘널 사랑하지 않아’는 발표 후 약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음원차트 2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만 봐도 어반자카파가 가진 저력을 여실히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관심은 최근 공개한 래퍼 빈지노와의 콜라보곡 ‘목요일 밤’까지 이어지며 한동근의 역주행 곡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와 많은 음악팬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스탠딩 에그의 ‘여름밤에 우린’도 어반자카파의 ‘널 사랑하지 않아’와 같은 깜짝 1위로 가요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 8월 3일 발매와 동시에 전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올킬하는 힘을 과시했다. 이는 스탠딩 에그 본인들도 놀랄만한 성적이었다. 스탠딩 에그의 ‘여름밤에 우린’도 어반자카파의 ‘널 사랑하지 않아’와 함께 차트 상위권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어반자카파와 스탠딩 에그의 음원차트 별다른 방송 활동 없이 오직 음악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두 인디 뮤지션의 음악이 기록한 성적은 더욱 남다르다. 특히 국내 음원 시장이 10대부터 20대가 주 소비층임을 감안해봤을 때, 거대한 팬덤을 갖지 않아도 잘 만들어진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기 때문에 더욱 의미있는 현상이다.
보통 몇몇 인기 아이돌 그룹들이 음원 차트를 올킬하는 등의 모습은 자주 있었지만, 그 또한 최근에는 오래 차트에 머물지 못하고 뒤로 밀려나고 있다.
자신만의 매력적인 색깔을 담고 있는 다양한 음악들이 이제야 인정받고 사랑받고 있다. 물론, 최근 각종 매체를 통해 방송되는 각종 형태의 음악 프로그램들이 실력 있는 가수들이 설 자리를 조금씩 마련해주고 있기 때문에 묻혀 있던 좋은 음악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순 없지만, 이 역시 음악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결과일 것이다. 이제 ‘진짜 음악’이 사랑받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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