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절차가 구체적으로 진행되면서, 런던의 금융 중심지인 시티 오브 런던(이하 시티지구)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정부가 유럽연합(EU) 단일시장과 관세 동맹에서 탈퇴할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의 유력 금융인들은 전망하고 있다. 점진적인 유럽연합 탈퇴인 소프트 브렉시트가 아닌 하드 브렉시트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브렉시트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리엄 폭스 통상장관과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 담당 장관 등이 관세동맹과 단일시장 탈퇴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폭스와 데이비스 장관과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은 영국이 주권을 회복하고 출입국을 통제하며, EU와는 철저히 단절해 세계 각국과 쌍무 무역협정을 체결할 자유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같은 '하드 브렉시트' 움직임에 대해 영국 금융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기업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면서, 상당수의 기업들이 해외로 대거 이전해 금융허브로서의 시티지수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시티지구의 로비단체인 '더 시티UK'를 이끄는 존 맥팔레인 바클레이스 은행 최고경영자(CEO) 역시 하드 브렉시트가 거론되는 것은 불확실성을 키우고 신뢰를 위축시켜 기업들의 이탈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U의 한 회원국에서 사업 인가를 얻으면 다른 EU 국가에서도 상품과 서비스를 동등하게 제공할 수 있는 권리인 'EU 패스포팅'이 사라질 경우 타격은 심한다. 미국의 5대 투자은행과 스위스의 양대 은행을 포함한 국제적 투자은행들의 런던 사업 중 EU패스포팅을 통한 사업은 약 20~2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EU 패스포팅이 허용되지 않으면 시티지구에서 상당 부분의 금융 거래가 불가능해져 혼란이 빚어질 우려가 높다.
앞서 이달 초에 일본은 일본이 외무성 웹사이트를 통해 영국에 ‘소프트브렉시트'를 요구한 바 있다. 일본은 외무성 웹사이트에 올린 메모를 통해 “영국은 지금 유럽연합(EU) 단일시장에서 누리고 있는 권한을 대부분 유지하며 브렉시트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영국이 '유럽의 관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외국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낸 만큼 그 약속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드 브렉시트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더 시티 UK'는 금융산업이 영국 경제에 기여하는 몫을 강조하는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 보고서는 시티지구가 유럽 기업들의 펀딩 창구로서 차지하는 역할, 영국 세수에 대한 기여도를 부각하는 내용이 골자가 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영국에 진출한 외국 은행들은 96개로, 이들의 운용자산은 7조5000억 파운드에 이른다. 이들은 59만명을 직접 고용하면서 연간 500억 파운드의 수익을 내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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