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부실여신으로 막대한 손실을 본 은행권이 여신 심사를 보다 깐깐히 하고,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자제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30일 은행권과 한국기업데이터에 따르면 산업·수출입·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기업 등 국내 8개 은행의 조선·해운업 익스포저는 8월 말 기준 48조3699억원이다. 지난해 53조9328억원과 비교해 5조5659억원(10.3%) 감소한 수치다.
조선·해운업 익스포저 대상 기업은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5곳이다.
회사별로는 RG 회수가 늘어난 현대중공업에 대한 익스포저가 가장 많이 감소했다. 강도 높은 자구 계획도 한몫했다.
지난해 말 16조1538억원에서 8월 말 12조7803억원으로 3조3천735억원(20.9%) 줄었다. 전체 익스포저 감소분의 60.6%에 달한다.
지난 8월 말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경우 1조70억원에서 1조60억원으로 익스포저에 변화가 거의 없었다. 반면 현대상선은 1조74억원에서 3773억원으로 6301억원(62.5%) 감소했다.
은행별로는 수출입은행이 25조4728억원에서 22조7772억원으로 2조6956억원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어 농협은행이 1조1932억원 감소해 두 번째로 감소 규모가 컸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우리은행도 모두 5000억원대가 감소했다.
그러나 익스포저 규모가 수출입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10조4694억원에서 올해 8월 11조3277억원으로 되레 8583억원 늘었다. 기업은행도 같은 기간 1167억원 증가했다.
조선·해운에 대한 익스포저가 8개월 만에 최대 20% 넘게 줄어든 이유는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신규 RG 발급을 최대한 자제하며 리스크 조절을 해왔다. 통상 1년간 연장해주는 만기여신은 3개월 단위로 꼼꼼히 들여다보고, 신용등급을 재조정해 충당금도 적립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저금리로 순이자마진이 줄고 있는 상태에서 기업여신은 한 번 부실이 터지면 그 여파가 매우 크다"며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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