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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사업재편 및 경쟁력 강화방안.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배군득·원승일 기자 = 정부가 31일 조선·해운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놨다. 이번 대책은 그간 정부가 추진한 기업 구조조정의 마무리 퍼즐이라는 관측이 높다. 구체적인 지원방향과 수치까지 제시된 만큼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기 1년여를 남겨둔 박근혜 정부가 잇따른 정치적 이슈에 휘말려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미 레임덕이 왔다는 시장의 따가운 시선속에 떠밀리듯 정책을 내놨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반응도 시큰둥하다. 이번 대책에서 근본적인 체질개선 문제는 빠졌기 때문이다. 특히 실업 관련 대책은 지난 6월말 밝힌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대책을 재탕한 수준이다. 해운업은 향후 2~3년 뒤를 감안해 정책을 수립했는데, 이 역시 지난 6월과 특별히 달라진 부분을 찾기 힘들다.
일각에서는 정부에서 시간이 촉박해지자 고육책으로 정책을 수립했다며 내년 대선정국이 본격화되면 구조조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 재탕·삼탕 달라진 것 없는 정책…대량실업 불가피
울산, 거제 등 조선밀집지역 경제활성화 방안에 담긴 사내 협력업체 지원책의 주된 골자는 조선업 고용유지지원금, 실업자 구직급여 지급, 재취업 지원 및 직업훈련 확대 등 이전 대책을 답습하는 수준에 그쳤다.
특히 조선업의 경우 수주 급감에 따른 물량 감소로 내년까지 6만명이 넘는 실업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조선·해운산업을 살리기 위해 지원할 21조2000억원의 자금 중 3조7000억원을 조선업 밀집지역에 투입하기로 했는데, 이는 단지 조선3사에서 2018년까지 2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 금액에 불과하다. 실업 지원책으로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정부와 조선 3사의 실업자 발생 추산과 달리, 실업자는 더 발생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선3사와 연관된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 대량 실업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사내 협력업체 지원 방안은 고용유지 지원금, 구직급여 등 이전 대책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데다 지원현황도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전체 지원 대상 사업장이 7000여개란 점을 감안하면 이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경영난에 처한 기업이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고 휴업 조처하면 근로자 휴업수당의 일부를 최대 1년간 지원하는 제도다. 같은 기간 구직급여 신청자도 지난해 1565명에서 올해 7449명으로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내년부터 실업이 본격화되면 구직급여 신청 건수는 배 이상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소통 한계 드러낸 정부…대책발표 왜 하나
정부의 이번 조선·해운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이미 지난 6월에 발표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지난 4개월간 정부부처간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인 셈이다.
정부는 6월 발표 당시 민간자율에 맡긴 조선산업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업계에서도 현재 조선 빅3, 해운 빅2 체제가 재편될 것이라는 부분에 시선이 쏠렸다.
그러나 정부는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어느 하나 명확하게 해결하지 못한 채 똑같은 대책을 되풀이 했다. 그나마 발표한 대책도 ‘최순실 게이트’에 이슈가 집중되면서 찬밥신세가 됐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대책이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기에는 미시적 수준에 그쳤다며 사실상 박근혜 정부에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는 견해를 내놨다.
자구책 마련에 들어간 조선·해운 업계도 느슨해진 정부 구조조정 움직임에 버티기로 돌입할 공산이 커졌다. 무작정 시설·인력 감축보다는 박근혜 정부의 남은 임기동안 벌어질 이슈에 대응하는 자세로 전략 구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정부는 해양플랜트 사업에 대해 사업규모를 축소하고 수익성 평가를 강화해 과잉·저가 수주을 방지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조선 3사의 부실 원인인 해양플랜트에 대한 내용도 이번 구조조정 대책에서 빠졌다.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증거”라며 “대우조선 해양플랜트 사업이 철수가 아니라 축소로 가닥이 잡힌 부분이 아쉽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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