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거국중립내각 논란의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수습책으로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를 교체하는 ‘깜짝 개각’을 전격 단행했다.
청와대는 이날 김 교수의 총리 내정과 관련해 "정치권이 요구하는 거국 중립내각 취지를 살리기 위해 참여정부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를 지낸 김 교수를 책임총리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총리에게 인사권 등 권한을 대폭 이양하고 내치를 맡기는 등 책임총리제를 실현하는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야권 출신 인사를 총리로 지명해 거국중립내각 요구도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췄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의 거국중립내각 제안조차 '물타기'로 의심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참여정부 출신인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총리에 지명하는 것으로 이번 사태를 덮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며 야권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 참여정부․호남출신 인사로 '물타기?', 인사 국면 전환용 개각
박 대통령은 참여정부와 호남 출신 인사들을 기용해 야권의 반발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그러나 인사 면면을 보면 결국 박 대통령이 국정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김병준 총리 내정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를,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는 참여정부 여성가족부 차관을 각각 지냈다.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와 박 내정자는 모두 전남 출신이다.
김 내정자는 참여정부 교육부총리 재직 시절, '제자 논문표절 의혹' 등으로 취임 13일만에 자진사퇴했다. 당시 논문표절 의혹을 문제 삼아 낙마시킨 새누리당이 현재 김 내정자를 총리 후보로 받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는 지적이다.
임 내정자와 박 내정자는 정통 관료 출신으로 호남 출신이지만, 여권 성향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임 내정자는 이명박정부 청와대 경제비서관과 기획재정부제1차관을 지냈고, 현 정부 들어 NH금융지주 회장과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기재부 내에서 ‘장관1순위’로 평가받았던 만큼 이번 경제부총리 낙점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박 내정자 역시 여가부 차관 퇴임 이후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정부 외곽에서 여권 성향 조직인 ‘세종로국정포럼’에 참여하며, 여권 인사들과 돈독한 교류를 쌓아 왔다. 이 포럼은 그동안 현 정부 장․차관들을 대거 강연자로 초빙해 행사를 가졌으며, 대부분 정부정책 홍보의 장으로 이용돼왔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 지난 20일 열린 134회 포럼에는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이 참석해 ‘제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라는 주제로 강연하기도 했다.
◆ 박 대통령 불통 인사 재현...하야․탄핵 여론 거세질 수도
당초 대통령 비서실장 등 참모진 후임 인사를 먼저 한 뒤 총리 교체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으나, 여지없이 깨졌다.
검찰 수사 본격화로 박 대통령을 향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대통령 지지율이 한 자릿수대까지 떨어지면서 참모진 인선보다는 내각의 쇄신 의지를 보여주는 게 먼저라고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이번 개각을 두고 '최순실 사태'에 대한 국민적 감정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여야 정치권에서 거국중립내각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총리와 경제부총리 등 부분 개각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취임 초부터 국정 운영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던 ‘불통’ ‘독선’ 통치 스타일이 그대로 재현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순실 파문의 몸통이 박 대통령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장고 끝에 악수(惡手)를 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청와대와 여당이 주도하는 내각 구성에 반발하며 총리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당장 총리 인준안의 국회 통과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이번 개각을 통해 나타난 박 대통령의 정국 인식과 풀어가는 접근 방식이 너무나 안이하다는 비판도 거세지면서 오히려 국민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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