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미르와 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기업들을 상대로 800억원을 강제 모금한 의혹을 받는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2일 검찰에 소환된 가운데 안 전 수석에게 어떤 혐의가 적용될 지 주목되고 있다.
안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개입 여부, 청와대의 최순실(60)씨 비호설 등 여러 의혹을 밝혀줄 핵심 인물로 꼽힌다.
안 전 수석에게는 제3자 뇌물수수, 직권남용, 뇌물죄 등의 혐의를 적용해 형사 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제3자 뇌물수수죄(형법 제130조)는 공무원이 직무 관련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제공하게 하거나 요구한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처벌이 가능하다.
안 전 수석이 대기업에 기금을 내도록 요구한 행위가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는 지를 가리는 게 관건이다.
경제개혁연대 등에 따르면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기업은 모두 53개사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23개사가 10억원 이상의 출연금을 냈다. 현대자동차가 68억8000만원으로 가장 많고 SK하이닉스 68억원, 삼성전자 60억원, 삼성생명 55억원, 삼성화재 54억원, 포스코 49억원, LG화학 49억원 등 순이다.
검찰은 정현식 K스포츠 전 사무총장의 진술이나 모금에 참여한 몇몇 대기업 관계자들의 진술을 통해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직권남용(형법 제123조)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서 의무에 없는 일을 하도록 할 때 적용된다. 강요죄(형법 제324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이를 성사시켰다고 보면 적용 가능하다.
청와대 수석이 민간에 전화를 걸어 기금 모금을 요청한 행위 자체만으로도 민간기업 입장에서 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직권남용, 강요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전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강제 모금을 한 게 사실로 들어나면 직함을 이용해 강제 모금을 했기 때문에 직권남용죄 적용이 가능하다. 또 대기업들로부터 800억원을 다른 용도로 받았기 때문에 뇌물죄 적용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조사 상황에 따라 안 전 수석과 최씨의 대질신문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안 전 수석과 최씨가 같이 강제 모금한 혐의가 있기 때문에 대질신문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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