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문체부 실세' '체육계 황태자' 등으로 불렸던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55)을 둘러싼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김 전 차관은 지난달 30일 "현재 상황에서 업무 수행이 어렵다고 생각했다. 문체부 직원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있기 때문에 사표를 제출했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당시 최순실(60)씨 측근에게 인사 추천을 하고, 미르·K스포츠재단 등의 설립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그는 이를 전면 부인했지만 최씨 측근에게 문체부 장관과 한국콘텐츠진흥원장으로 추천하는 인사들의 이름을 적어 보냈던 문자가 공개되며 사실로 드러났다. 그가 최씨를 수시로 만났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그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체육인재육성재단 3대 이사장을 맡았던 정동구(74)씨가 K스포츠재단의 초대 이사장으로 간 사실이다. 재단 폐지 당시에도 문체부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했던 체육인재육성재단측은 이런 이유로 "K스포츠 재단 설립의 희생양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김 전 차관의 입김은 정부가 2014년 '스포츠 4대악 척결'을 내세울 때 가장 거셌다. 그는 체육계를 개혁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각종 체육협회의 임원선출 문제에 관여하고 파벌 싸움에 끼어들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체육계 인사들은 "김 전 차관은 '비리 수사'임을 강조했지만 실상은 체육인들을 탄압하는 데 바빴다"고 비판한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20)씨가 속해 있던 대한승마협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같은 해 제주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 당시 승마경기장이 갑자기 정씨가 익숙한 경기장인 인천으로 변경되는가 하면 협회 내 최씨 반대파 관계자들이 대거 물갈이되는 등 김 전 차관이 최씨와 연루됐다는 소문이 꾸준히 회자돼 왔다.
이 밖에도 김 전 차관은 '김종 사단의 집합체'로 일컬어지는 프로스포츠협회를 통해 최씨의 각종 이권 사업을 도왔다는 의혹과 더불어 이란·카자흐스탄·몽골 등 박근혜 대통령 순방국에 한국관광공사 지사를 설립하도록 지시하고, 해외문화원 원장 자리 두 곳에 최씨의 최측근인 차은택(47)씨가 몸담았던 광고업계 출신들을 뽑히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편 문체부는 지난 3일 해명자료를 내고 "K스포츠타운(수요는 있으나 기반시설이 부족한 중국, 동남아 등지에 한국의 골프, 야구 등을 전수하는 사업)은 전액 민간투자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기 때문에 정부 재정이 투입되지도 않았으며 반영된 바도 없다"며 김 전 차관이 최씨의 조카 장시호(37)씨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지난 6일 방송된 JTBC '스포트라이트'에 따르면, 장씨와 최씨 측근들은 김 전 차관을 '판다 아저씨'라고 부를만큼 각별한 사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차관은 연이어 제기되는 각종 의혹들에 대해 최근까지도 '최씨는 물론이고 장씨도 전혀 모른다' '내가 그 사람들과 긴밀한 관계라는 증거부터 제시하라' 등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표를 내기 전까지 박근혜 정부 장·차관 중 최장 재직 기록을 쌓은 그가 '최순실 국정농단' 국면에서는 어떤 '기록'을 세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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